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
김재환 감독 "노년층에도 현재에 대한 욕망 있다"

ⓒ인디플러그·더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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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나이가 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은 작품의 기획 의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칠곡 가시나들’은 경상북도 칠곡군 복성리 일곱 할머니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특히 한글을 몰랐던 할머니들이 자신의 삶과 기억을 토대로 만든 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뭉클하게 한다. 특히 남편을 일찍 여의고 마을 경로당에서 서로를 보듬는다.

영화는 할머니들이 나이가 들어 지쳤다기보다 신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할머니들의 웃음꽃 피우는 이야기가 전면에 깔려 있다. 할머니들이 밖에서 걸을 때는 ‘장기하와의 얼굴들’들의 ‘풍문으로 들었소’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김재환 감독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나이가 든다는 건 두려운 게 아니다. ‘재밌게 나이 듦’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 방송에서 노년층을 다루는 관점을 지적했다. 노년층을 과거를 먹고 사는 회고적인 존재나 죽음을 바라보는 존재로 다룬다고 했다. 김 감독은 “실제 노년의 모습들에 반감을 느꼈다. 노년층에도 현재의 욕망이 있고 설렘이 있다. 여러 작품이 노년층을 왜곡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젊은 사람들의 시선일 뿐이다”라고 했다.

ⓒ인디플러그·더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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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우연히 자동차 라디오에서 시(時) 팟캐스트를 듣고 ‘칠곡 가시나들’을 기획하게 됐다. 그는 “칠곡의 할머니가 오셔서 시를 읽어주시는데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드라마처럼 주변의 소음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트루맛쇼’(2011년), ‘MB의 추억’(2012년), ‘미스 프레지던트’(2017년) 등 그 동안 사회성 짙은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그는 “그동안 저희 어머니가 절대 좋아하지 않을 작품만 했다. 어머니가 친구들과 ‘까르르’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나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4년간 가르친 주석희 교사는 “할머니들과 다 같이 영화를 보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개봉)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춰지면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난해 칠곡에 작은 영화관이 생겨 가까이에서 함께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를 같이 볼 수 있어서 감동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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