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족②] “한부모가족들과 모여 명절 보내요”
[다양한 가족②] “한부모가족들과 모여 명절 보내요”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2.04 08:02
  • 수정 2019-02-04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눅들던 아이들이 웃어
…친척보다 가깝다”

“어른들의 혐오발언 싫다”

“손놓고 있던 남자들,
결혼한 사촌오빠는 일도와”
서울한부모회 박강이 운영위원, 이현영·공채은 공동대표가 ‘떡국나눔’ 행사 음식마련을 위해 29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한부모회 박강이 운영위원, 이현영·공채은 공동대표가 ‘떡국나눔’ 행사 음식마련을 위해 29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년에 두 번 찾아오는 명절은 변화하는 가족문화의 지표다. 가족 구성원의 평등과 부계 혈통 중심의 가부장주의 해체가 제사상 간소화, 가족 모임의 약화로 이어지고, 돌봄과 친밀함을 기반으로 한 관계가 그 빈 공간을 대신하면서 새로운 공동체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부모가족인 이현영(55)씨는 다른 한부모가족들과 명절에 모여 함께 음식을 해먹는다. 올해는 조금 더 넉넉하게 음식을 해서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 찾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 나눠먹을 생각이다. 이밖에 평범한 1인가구, 4인가족 구성원의 설 풍경을 1인칭 시점으로 전한다.

한부모가족들과 함께 이현영(55)씨네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혼 후 삶에서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로 이사하면서 고향이 멀어진 탓도 있지만 가족·친지들과 모이는 자리가 불편하다.

세 아이와 집에서 휴일과 다를 바 없이 보내던 명절은 지인이 깃발을 든 ‘영화 번개 모임’에 참가하면서 달라졌다. 고향을 가지 않는 비슷한 처지인 한부모들과 1박2일 여행을 함께 가기도 하고 명절 음식을 해먹는다. 특히 좋아하는 건 그동안 명절을 집에서 지내면서 주눅 들었던 아이들이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시작해 이제 군대에 갔다 같이 보내다보니 이모로 부른다. 웬만한 친척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다. 같이 있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머니가 계신 고향에 간 것은 서울에 온 2004년 이후 딱 두 번이다. 명절이 아니면 가족들을 볼 기회가 사실상 없으니 가고 싶지만 선뜻 가지지가 않는다. 요즘은 조금 바뀌었다고 해도 한 공간에 있으면 물 위에 뜬 기름같은 느낌은 여전하다. 아이들도 집으로 가자고 조른다. 가족들끼리 모여 ‘누구네가 이혼했는데 누가 잘못 했다더라’고 얘기하다가 서로 눈치를 주며 말을 끊는다. 이혼·사별가정 등을 특별한 것처럼 의식하는게 불편하다. 나 역시 자격지심 같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쉽게 바뀌진 않는다.

명절에 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혼자 벌다 보니 경제적 부담이 너무나 크다. 다들 형제들은 크고 작은 선물을 사오거나 용돈을 두둑하게 넣은 봉투를 준비한다. 우리 네 식구의 왕복 차비에다 부모님과 조카들에게 줄 용돈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부모님 용돈을 보내드리고 넘어간다. 이혼 전엔 경제적인 이유로 고향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명절이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가족이 오랜만에 모여서 밥 한끼 먹는다’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면 한다. 어른들에게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케익 하나 사서 나눠먹고 좀 더 편안하게 만났으면 한다.

서울한부모회 이현영·공채은 공동대표, 박강이 운영위원이 ‘떡국나눔’ 행사 음식마련을 위해 29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한부모회 이현영·공채은 공동대표, 박강이 운영위원이 ‘떡국나눔’ 행사 음식마련을 위해 29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인가구 6년차 김예진(26)씨는 영화관으로

1인가구가 된지 6년차. 청년으로써 맞이하게 되는 명절은 꽤나 유쾌하지 않다. 명절에 매번 듣게 되는 잔소리, 공부, 취업, 연애, 결혼, 건강 얘기 뿐만 아니라 외모나 몸매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모두가 같은 인생 사이클 속해있는 느낌을 좀 더 강렬하게 느끼는 시기가 명절이다. 이젠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뉴스에서 청년들에게 조심해야 할 말을 알려주지만 어른들은 미디어와 차단된 듯이 혐오의 말을 내뱉는다.

예전엔 전날부터 집안 여성들이 장을 크게 봐오고 송편도 빚고 전도 부치고 모든 음식을 도맡았다. 남성들은 큰상과 제기를 닦고 병풍을 가져온 후 소파에 앉아서 누가 만두와 송편을 예쁘게 빚는지에 대해서 말했다. 식사 때마저 남성들은 큰상에서, 여성들은 작은상에서 밥을 먹었고, 설거지도 첫째며느리나 둘째며느리만 도맡아서 하곤 했다. 차례지낼 때도 여성들은 차례상을 준비하고 멀찍이 서서 바라볼 뿐이다. 어머니도 이제 명절엔 전도 안부치고 안가겠다고 얘기해버렸다. 점점 일할 사람이 없어지니 전 같은 음식들은 사거나 줄어들고 있다.

조상덕 본 사람은 명절에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출근을 하거나 쉬는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익숙해졌다. 이번 설연휴에도 출근을 하다 보니 가족을 만나러 가지 않을 예정이다.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에 가게 될 것 같다. 그냥 휴가일뿐이다. 부모님도 큰집에 가지 않을 것 같다.

4인 가족 장녀 김지수(25)씨는 고향 친지들과

고향인 충북 제천으로 간다. 명절에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 친척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일이 반갑고 기대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학생인 나와 동생에게 어른들의 관심이 쏠리다보니 지금 몇 학년인지, 졸업은 언제인지, 졸업 후엔 무엇을 할 건지,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 등의 질문이 매년 반복된다. 별달리 할 말이 없어서 그러시는 거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주로 명절에만 친척들을 만나다보니 다소 형식적으로 만난다는 느낌이 들고 어색하기도 하다. 작년에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사촌오빠가 오랜만에 와서 어린 조카와 새언니 덕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남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점점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최근에는 사촌오빠가 집안일을 거들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남자들도 일을 도우면 여자들의 일손을 더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서로를 위하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도 되새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