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연금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김수이 대표
세계 9위 규모 캐나다 국민연금
10년간 평균 수익률 8% 유지
여성임원 없는 기업 45곳에
투표권 행사해 여성임원 늘려
“독립성·전문성·다양성 통해
지배구조 효율성 강화”

김수이 캐나다연금위원회 아시아태평양 대표 ©세계경제연구원
김수이 캐나다연금위원회 아시아태평양 대표 ©세계경제연구원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캐나다 최대 규모 공적 연기금(CPP)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운용 자산은 세계 9위(3683억달러) 규모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한국의 국민연금(자산 규모 637조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수익률은 우리의 5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8%를 기록했다. 2018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수익률만 11.6%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연금 수익률은 0.9%에 그쳤다. 김수이 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높은 수익률의 비결 중 하나로 ‘능동적인 주주권 행사’를 꼽았다.

김 대표는 1월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캐나다연금이 능동적으로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1600여명이나 되는 직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상장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찰하기 어려운 점 등이 있지만, 기업과 직접적인 소통이 중요한 만큼 긴밀하게 움직여 해결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삼일 PWC, 맥킨지 컨설턴트,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을 거쳐 2016년 6월부터 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맡고 있다.

캐나다는 연금 고갈을 우려해 1997년 대대적인 연금 개혁을 추진했다. 그때 ‘정부 정책 목표와 관계없이 연금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투자한다’는 취지로 탄생한 기관이 CPPIB다. 지배구조의 중요한 축인 이사회 구성원 11명은 모두 투자·경제 전문가다. 정부 관리는 한 명도 없다. 한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는 CPPIB가 능동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는 주 요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능동적으로 행사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우리 국민연금도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그는 한국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질문에 “한국 국민연금 지배구조에 대해선 잘 모른다”면서 “주주로서 적극적인 권리행사는 매우 중요하며, 캐나다 연금은 의결권 행사에 대한 원칙과 투명성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PPIB는 상장사처럼 매 분기 연금 수익률을 발표하고 연간보고서를 제출한다. 투자 내역도 공개돼 있으며 투자설명회도 진행한다.

독립성, 투명성과 함께 다양성은 캐나다 연금이 성과를 내는 주 이유로 꼽힌다. 김 대표는 “최근 캐나다는 지배구조에서 성별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기업 이사회에서 성차별을 없애는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CPPIB는 설립 초기부터 이사회 여성 비율이 30%였다. 현재도 이사회 11명 중 6명이 여성이며, 최고 경영진도 14명 중 여성이 5명이다.

CPPIB는 내부 이사회 뿐만 아니라 투자 기업에도 여성 임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주주총회 때 캐나다 기업 45곳을 상대로 이사회 의장 선임 투표권을 행사해 이사회 여성 비율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임원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45곳 중 절반이 여성 이사를 임명하거나 승진 후보에 여성을 넣었다.

여성가족부도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캐나다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투자 기준에 여성 대표성 항목을 넣어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 기업과)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하는 것”이라며 “상장사는 비상장사와 달리 이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긴밀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워 직접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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