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노동, 통계청 가사노동가치에 포함 안 돼
명절노동, 통계청 가사노동가치에 포함 안 돼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9.01.31 18:34
  • 수정 2019-01-31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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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추석 ‘가사노동의 대목’
평소보다 2~3배 더 많이 일하지만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방식은
월별·분기별·연간 가사노동 미포함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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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이틀 전부터 하루 종일 일하는데 가사노동가치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고요?”

23살에 결혼 후 맏며느리로 매년 설날과 추석, 각종 제사 준비와 가족 맞이 등 모든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경순(충청북도 보은‧60)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는 만큼 명절 가사노동도 당연히 가사노동가치로 평가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매우 놀랐다”라고 밝혔다.

현지원(익명·27)씨는 “어떻게 보면 설날이나 추석 자체가 ‘가사노동의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보다 손이 더 많이 가는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밥 차리기, 청소와 빨래를 더 자주 해야 하는 것일 뿐 이러한 일들도 가사노동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행 통계청에서 가사노동측정 방식에 명절 기간의 가사노동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마트나 시장에서 매출액을 산정할 때 설이나 추석 기간 동안의 매출은 반영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설날‧추석 등 명절 가사노동은 여성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정작 정부에서 추정하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로는 평가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추정은 이혼법정의 재산분할, 교통·의료 사고를 입은 전업주부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보험금 산정 등에 사용될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가사노동시간 측정 및 행동 평가 기준의 젠더불평등성 개선방안(김영란‧선보영‧김필숙(2018))’에 따르면, 현재 통계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생활시간조사’ 방식은 하루를 단위로 작성되기 때문에 장기적 주기로 반복되는 가사노동이나 비정기적인 가사노동을 측정하지 못한다. 가사노동은 매일 하는 정기적인 일 이외에도 월별·분기별·연간 등 장기적인 주기적 활동과 비정기적인 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통계청이 추정하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는 명절 노동뿐만 아니라 이사 준비, 계절별 옷 정리·정돈, 김장 등 월별·분기별·연간 가사노동이 포함되지 않는다. 

통계청은 지난해 10월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무급 가사노동가치가 연간 361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성 한 명이 1년간 수행하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남성이 담당하는 가사노동가치의 3배가 넘었다. 2014년 기준 연간 무급 가사노동가치는 여성이 1인당 1076만9000원, 남성이 1인당 346만9000원이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현재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방식으로는 실제 가사노동 수행 시간보다 가사노동가치가 과소 측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가사노동과 성 불평등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 양의 격차에만 주목해왔을 뿐”이라며 “이제는 현행 가사노동시간 측정의 적실성을 평가하고 실제 수행되는 가사노동을 드러내 줄 측정방식의 행동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들 또한 “명절 기간에는 특히 더욱더 많은 일을 하는 만큼 반드시 가사노동가치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통 명절에 하는 가사노동은 평소에 하는 노동보다 2~3배 이상 일의 분량이 많다. 이 때문에 명절 기간이 되면 심리적·신체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도 많다. 장시간 음식 재료를 손질하거나 차례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바닥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있거나 쪼그려 앉아 일하는 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힘찬병원 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 70.7%가 명절 후 관절통증을 느낀다고 답했고, 우울함을 표한 비율(64.2%) 또한 명절 전(23%)보다 높게 나타났다.

현씨는 “보통 명절 이틀 전에는 육류나 전을 부치기 위한 재료는 대형마트에서, 나물종류나 생선 떡, 과일 등은 전통시장에서 구입한다. 나물을 무치고, 생선을 찌고 국과 탕을 끓이고 잡채와 다섯 종류의 전을 만드는 등 차례 상에 올릴 음식들을 준비한다”면서 “이렇게 차례를 치르기 위한 음식 준비 외에도 타지에서 모이는 친척들을 맞이하기 위한 집안 청소 및 침구 청소, 끼니마다 온 식구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 평소보다 많아지는 식구 수 탓에 집안일거리도 자연스레 배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는 가사노동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산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는 하루 24시간을 단위로 국민들이 어떤 시간대에 주로 어떤 가사노동을 하는지 분석하기 위함이 목적”이라며 “일주일 중 평일 이틀, 주말 하루 평균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가사노동에는 계절별 옷 정리, 이사, 김장 등 3~4년 주기로 일어나는 일들도 매우 많다”며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선 별도의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사노동 시간 사용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시간 사용은 여전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사노동시간은 여성이 201.1분, 남성이 30.8분이었으며, 이러한 차이는 세부 항목 중 차량 관리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동일했다. 가정관리시간, 자녀돌봄 시간, 돌봄 관련 이동 시간을 모두 합산한 가사노동시간은 여성이 하루 324분, 남성이 하루 84.분으로 여성이 3.8배 많았다.

이러한 성별 불평등은 취업 형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부인과 남편 모두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부인의 분담률이 86.0%나 됐다. 이러한 수치는 남편 외벌이, 아내 외벌이, 둘 다 미취업 경우에도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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