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1년 국회 좌담회
유럽·미국서 시행되는 '비동의 간음죄'
국내에서는 논의조차 제대로 안 돼
단순히 형량 강화하는 입법 문제 많아
미투 예산도 거의 없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변화 그리고 나아갈 방향 좌담회’ 전 참석자들이 전날 돌아가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김복동 할머님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변화 그리고 나아갈 방향 좌담회’ 전 참석자들이 전날 돌아가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김복동 할머님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에서 145건이 넘는 '미투'(#MeToo) 법안이 나왔지만 그 중 35건만 통과됐으며, 미투법안이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유럽, 미국의 많은 주에서 비동의 간음죄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합의 부족'을 이유로 비동의 간음죄 신설이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동의 간음죄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가졌을 때 이를 처벌하는 것이다.

1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국회에서 개최된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서 정춘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지난해 미투 법안들을 쏟아냈지만 이 중 24.1%인 35건만 통과돼 난관이 많다”며 “작년 바로 오늘이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인 데 지금까지 1년의 변화를 되돌아보고 현실적인 보완책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해 가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죄의 형량을 강화하는 입법이 있었는데 형량 강화는 쉽지만 효과가 없다”며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으며, 보여주기식 입법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비동의 간음죄 신설과 함께 권력 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에 대해 근본적 처벌이 가능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전파하는 것이 2차 가해이며, 또 다른 명예훼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45건의 미투 법안이 발의됐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이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입법을 만든 경우도 꽤 있다”며 “무엇보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나를 볼 때 발의에만 그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활동하는 연극배우 송원씨는 “제가 극단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공개해 대표가 징역형을 받아 저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며 “하지만 지역의 문화예술계 미투는 서울과 다른 문제가 있는 데 지방이다 보니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정도로 서로 학연, 지연에 얽혀 있어 놀라울 정도로 미루 사건에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 중 외로웠던 게 여성단체를 제외하고는 도움을 받을 문화예술 조직체가 없었다”며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들먹이며 엄청난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에서 여성 성폭력에 대항하는 조직이 생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양지혜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기획자는 “지난해 총 65개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이뤄졌으며 현재는 80개 학교에 달하고 있다”며 “스쿨미쿠 고발은 청소년이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고발자로 등장한 것이며, 탈코르셋 운동 등도 10대 청소년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쿨미투가 시작된 지 10개월이 지났는데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으며, 교육부의 ‘스쿨미투’ 대책은 청소년 고발자들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권순천 젊은빙상인연대 코치는 “스포츠계에서 요즘에도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나온 엘리트 체육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운동 선수들이 결과를 얻기 위해 과정을 수 없이 반복하기 때문에 과정 자체를 존중해주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순 미투 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미투 운동은 단순히 ‘피해자 말하기’가 아니고 여성들의 생존과 노동권의 문제인 데도 법 제도 개선이 미흡하다”며 “미투 운동에 지원되는 예산도 거의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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