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서 ‘펜스룰’ 문제제기
남성 관리자들 “논란 차단 위해
여성 동료와 단 둘이 안 만나”
여성들, 멘토링 기회 줄면서
유리천장 강화 우려도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장 유리창에 로고가 붙어있다. ⓒ뉴시스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장 유리창에 로고가 붙어있다. ⓒ뉴시스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일부 남성 참가자들은 ‘#미투’ 운동으로 여성을 멘토링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 침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위협, 포퓰리즘, 전쟁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여성 멘토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인 재무책임자는 “젊은 여성 동료와 1대 1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도 “나도 그렇다(Me, too)”며 공감했다.

NYT는 2017년 가을에 처음 시작된 미투 운동이 할리우드, 언론계, 정계, 스포츠계 등 유력 인사들을 줄줄이 물러나게 했는데 15개월이 지난 지금도 강력하다고 보도했다. 미투 운동으로 여성들이 성희롱을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게 됐으며, 이로 인해 남성 200명 이상이 직업을 잃었고, 이 중 절반 정도는 여성으로 대체됐다.

반면 이로 인해 기업들이 성희롱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성 직원과 남성 상사간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여성들은 오히려 소중한 멘토링 기회를 잃게 됐으며, 임원의 눈에 띌 기회조차 줄어들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전·현직 여성 정치지도자 단체인 세계여성지도자들의 사무총장인 로라 리스우드는 “기본적으로 미투는 남성들에게는 리스크관리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여성인권단체 린 인과 여론조사기관 서베이 몽키가 각각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성 관리자의 절반은 1대 1로 일하거나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과 같은 여성들과의 활동에 불편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 관리자 6명 중 1명이 여성 동료에게 멘토링 하는 게 불편하다고 답변했다.

컨설팅 회사 머서에서 여성 리더십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패트 밀리건은 “고객들 중 많은 수가 미투가 세계적인 관심을 끈 이후로 잘못된 것을 말하거나 행동할 것이 걱정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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