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만을 물고 늘어질 때는 지났다는 얘기다. 이제는 질을 말해야 한다. 여성 중에 반이 직업을 갖고 있지만 여성 경영관리자 비율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능력 부족만을 이야기하기에는 그 틈이 너무 크다. 여성이 경영관리자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의 실체는 무엇일까. 남성 고위관리자의 차별 의식, 승진·교육에서의 여성 차별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여성 관리직 현황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편집자 주>

30인 이상 사업체 여성 경영관리직 4.9%

관리직 여성 평균 연령은 40대, 그중 17.8% 미혼

보육문제 여성 성장과 밀접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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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자는 이름 그대로 조직을 관리한다. 그만큼 업체에서 갖는 비중이 크고 그들에 따라 여성 채용이 고무줄처럼 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경영관리자 수는 얼마나 될까. 최근 여성부가 의뢰하여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기업 내 여성인적자원관리 현황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30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일반 관리직을 뺀 여성 경영관리직 규모는 전체 관리자의 4.9%인 760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개의 경영관리직 가운데 한 자리가 여성에게 돌아온다는 얘기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아직도 관리직은 여성들에게 높은 벽인 것이다.

보고서는 100인 이상 기업체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과장급에서 여성이 가장 많으며 고위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은 적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특성별로는 코스닥 기업(13.4%), 금융업(8.3%), 벤처기업(7.2%), 30대 대기업(4.4%) 순이다. 특히 공기업이 1.3%로 여성 관리직 비율이 가장 낮았는데 노 당선자가 대선 공약에서 여성 공무원 비율을 적극 늘리겠다고 한 부분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기업의 규모와 여성관리자는 반비례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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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면서 승진하긴 불가능?

5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임원이나 생산운영부서, 기타부서 관리직 모두 2%를 웃도는 정도에 그쳤다. 임금차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여성 관리직의 평균임금은 2001년에 약 228만원으로 남성의 83.5%에 이른다. 평균 남녀임금차이 64.0%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여성 관리직이 있음으로 해서 회사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주희 연구위원은 “새로운 제품의 생산을 위해 시장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기업에서 여성 관리직이 더 많았다”며 “이들은 실제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높게 나타났으며 채용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기업진출이 긍정적인 사업성과를 얻고 있다’는 맥킨지의 연구결과가 우리나라 기업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다.

“여자는 일단 채용도 안하고 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그런 관행은 윗사람들이 변해야 바뀔 수 있는데 관리직에 여성이 없으니까 인식이 변할 여지가 없어요. 여자들은 떨려나가고 악순환은 계속되는 거죠. 객관적인 기준 없이 진행되는 승진 제도로 여성들이 회사 밖으로 밀려날 뿐이에요.”

모 대기업 여과장의 푸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관리직 평균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1.5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성의 노력 부족 탓만은 아닐 것이다. 보육시설을 비롯해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한 여성 친화적인 기업이 부족한 것도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여성 관리직 평균 연령이 40대 중반임에도 미혼 비율이 17.8%에 달하는 것도 일과 직장을 함께 꾸리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기업이 스스로 모성과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외국어대 김애실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은 승진뿐만 아니라 연수·훈련에서도 여성들이 차별 받고 있다. 연수·훈련이 관리직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기 때문에 교육·훈련에서 여성 차별을 없애는 것이 여성관리자를 늘릴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성 스스로 리더십 키우자

여성인력이 많기로 잘 알려진 한국IBM의 제도에서 배울 건 배워보자. 한국IBM 인력개발부 홍순옥 차장은 “직원을 뽑을 때 여성을 25% 이상 의무적으로 포함시키고 사무실 내에 산모교실과 수유·유축실도 설치해 놓았다”며 “여성임원을 양성하기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과 여직원 간에 네트워크를 쌓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여성회의실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부터는 ‘한국 IBM 여성 회의’를 열어 남성직원도 참가한 가운데 사내외 여직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중역과 함께 토의하고 있다. 성공한 여성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자리도 준비돼있다. 홍 차장은 “IT 쪽 외국기업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아울러 사회적 의무감으로 여성인력을 개발 및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부도 여성 관리직을 늘리기 위한 작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번 보고서가 그 출발선이다. 우선 지난해 시작한 사이버 멘토링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관리자 멘토링 시스템으로 여성들 간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성부 정희진 정책개발평가담당관은 “승진이나 교육평가 시 평가자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할당하도록 권고하고, 여성 관리직 진출의 애로사항인 일과 모성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별 가족친화적 인력활용 프로그램 도입을 적극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 3차 남녀고용평등법도 ‘채용·배치·승진 등의 성차별 개선’을 위한 감독기능을 높이겠다고 밝힌바 있다. 정 담당관은 또 “국가기관이 민간기업과 조달 계약 등을 맺을 때 남녀고용평등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기업이어야만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행정적인 준비가 좀 더 갖추어진 뒤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자신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관리자는 전문직과 달라요. 보통 여성들은 전문직 수준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걸 지적하고 싶어요.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거기서 내가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해요.” 여성 관리자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LG CNS 이수영 상무는 여성 스스로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 전체를 보면서 주변도 두루 살필 수 있도록 자기개발이 뒷받침돼야 여성 관리직에서 오래, 제대로 버틸 수 있다는 선배의 절실한 조언이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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