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뺑반’
뺑소니 전담반 활약 그린 범죄 액션
200여대 동원한 자동차 액션 볼만
공효진·염정아·전혜진 여성 캐릭터 눈길
후반부 갈수록 남성 캐릭터에 가려져
섬세한 수사 과정 안 보이는 건 아쉬움

영화 '뺑반'의 한 장면. ⓒ쇼박스
영화 '뺑반'의 한 장면. ⓒ쇼박스

화려한 자동차 액션은 있지만, 알맹이가 없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뺑반’(한준희 감독)은 경찰 내 특수조직 뺑소니 전담반을 다뤘다. 영화는 경찰들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화려한 레이싱카를 전면에 배치해 화려한 볼거리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범죄와 수사 과정을 다룬 이야기는 촘촘하지 못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은시연(공효진)은 경찰 내 최고 엘리트 조직 내사과 소속 경위다. 그는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좁히던 중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오명을 쓰고 뺑반으로 좌천된다. 낡아빠진 뺑반에 도착한 은시연은 우선영(전혜진) 계장과 에이스 순경 서민재(류준열)와 같은 반이 된다. 그러던 중 뺑반이 수사 중인 미해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정재철인 것을 알게 된다.

범죄오락액션을 표방하지만 액션을 빼고는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영화 초반 수사를 하던 서민재가 스키드 마크, 범퍼 조각, CCTV 영상 등 증거를 놓치지 않기 위한 섬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키운다. 하지만 이후 밀도 있는 수사 과정이 그려지기보다는 캐릭터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다 보니 사건 해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짜릿함도 떨어진다.

영화 '뺑반'의 한 장면. ⓒ쇼박스
영화 '뺑반'의 한 장면. ⓒ쇼박스
영화 '뺑반'의 한 장면. ⓒ쇼박스
영화 '뺑반'의 한 장면. ⓒ쇼박스

영화는 수사 과정보다 완성도 높은 캐릭터에 의존한다. 덥수룩한 머리와 안경을 끼고 폴더 폰을 갖고 다니는 서민재는 허술하고 어설퍼 보이지만 천부적인 차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 서민재를 연기한 류준열은 분노와 슬픔 등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택시운전사’(2017년), ‘리틀 포레스트’, ‘독전’(이상 2018년)을 통해 다른 캐릭터를 선보인 경험이 있다. 악역 정재철을 연기한 조정석은 사이코패스를 떠올리게 하는 말투와 눈빛 연기로 시선을 끈다. 무섭긴 하지만 조정석 특유의 능청스러움이 더해져 캐릭터가 더 산다. 두 배우 모두 카체이싱(자동차 추격 장면)의 90% 이상을 소화하며 자동차 액션에 공을 들였다.

공효진, 염정아, 전혜진으로 이어지는 여성 캐릭터도 볼만한다. 일개 형사가 아닌 후배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혜진이 맡은 우선영 계장은 만삭으로 뺑반을 지휘한다. 전작 ‘차이나타운’(2015년)에서 김혜수, 김고은 등 여성을 주요 캐릭터로 등장시킨 한준희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의 역할이 줄어든다. 크레디트 첫 번째 이름을 올린 공효진은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남성 캐릭터에 가려진다. 윤 과장 역의 염정아의 캐릭터도 섣불리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자동차 액션은 전남 담양의 미개통 국도 등 인천, 영암, 오산, 부산, 화성 등을 오가며 완성했다. 실제 F1경기장인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한 달 넘게 촬영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촬영에 총 200여대 이상 차량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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