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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그림.

- 이 그림에 그려진 것은 사과일까요? 진짜 사과는 먹을 수 있어요. 이 그림 속의 사과는 먹을 수 있나요?

- 진짜 사과는 깎을 수 있어요. 이 그림 속의 사과는 깎을 수 있나요?

- 이 그림 속의 사과와 진짜 사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 이 그림 속의 사과는 사과의 모든 모양을 그려놓은 것일까요?

- 이 사과를 위에서 보면 어떤 모양일까요? 사과 안에는 사과 씨가 있어요.

- 이 그림 속의 사과는 사과의 모든 것을 그려놓은 것일까요?

- 왜 우리는 이 그림을 보고 사과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이 그림은 그림이란, 낱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아이들과 토론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 그려진 것은 진짜 사과가 아닙니다. 단지 사과의 일부분을 그려 놓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 그림을 보고 사과를 생각합니다. 만약 이 그림에 사과가 그려지지 않고 ‘사과’라는 낱말이 써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낱말을 보고서도 사과를 떠올립니다. 그림과 언어는 우리들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왜 우리는 진짜 사과가 아닌 사과의 한 부분을 그린 그림, 그리고 사과와는 전혀 닮지 않은 ‘사과’라는 낱말을 보고서도 실제 사과를 생각할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하는 것입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사람이 갖고 있는 능력 중에서 특별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뇌 속에 무엇인가가 들어가야만 합니다. 즉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며, 코로 냄새 맡는 이 모든 것들이 머릿속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집어 넣어야 그것들이 재료가 되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계(존재)는 곧 생각의 재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계가, 존재들이 머릿속에 그대로는 결코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저 산이 내 머릿속에 직접 그대로 들어 갈 수는 없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저 바다는 결코 내 머릿속에 그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장미꽃’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려면 ‘장미꽃’을 머릿속에 넣어야 하는데, 과연 장미꽃을 그대로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나요? 그럴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은 그 모습 그대로 우리들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무엇으로 집어넣어야 할까요? 그것이 바로 낱말(언어)입니다. 이 세계에 실제로 있는 컵, 꽃, 산, 자동차 등을 대신하는 가짜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짜를 머릿속에 대신 집어넣는 것이지요. 머릿속에서는 진짜 자동차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낱말이 진짜 자동차를 대신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동차’라는 낱말을 듣거나 읽으면 곧바로 실제 자동차의 모습, 자신이 경험한 자동차의 모양을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낱말은 이 세계를 내 머릿속에 넣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나는 내가 지금 만나는 모든 세계를 낱말로 바꾸어서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입니다.

낱말의 두 번째 역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납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물건에 대해 말해야 한다면 그 물건을 직접 보여주거나 그 물건을 대신하는 어떤 것이 필요합니다. 조나단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의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제5장에 보면 낱말이 없는 나라, 언어가 없는 나라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나라는 서로 이야기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짊어지고 다닙니다. 그래서 그 물건을 직접 보여주면서 물건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지요. 물론 그 무거운 물건들은 하인들이 짊어지고 다닙니다. 그러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짊어지고 다닐 수 있을까요? 만약 ‘산(山)’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바다’를 말해야 한다면 또 어떻게 할까요? 모든 물건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낱말은 바로 사람과 사람이 이 세계를 이야기할 때 그 세계를 대신하는 어떤 것입니다. 무게도 없고 면적도 차지하지 않는, 너무나 편리하게 이 세계를 대신하는 것을 발명한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낱말(언어)’입니다. 그래서 낱말은 인간이 발명한 가장 최고의 발명품입니다. 얼마나 간편하며 경제적인 방법입니까. 그러므로 낱말은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을 대신하는 아주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낱말·언어에 대해 토론할 때 언어와 낱말의 신비하고 놀라운 효과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낱말과 언어가 내가 이 세상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 것인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낱말과 언어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이 세계를 주고받는 것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라는 그림은 아이들에게 그림이란 무엇인가, 낱말과 언어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통로가 됩니다. 아이들은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진짜라고 믿어 버립니다. 국어시간에 선생님은 국어사전에서 낱말의 뜻을 찾아오라고 숙제를 내 줍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날마다 사용하고 있는 낱말과 언어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언어능력을 키우는 출발입니다.

차오름 헵타드사고력교육연구(www.sapiens.co.kr 02-205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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