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은 ‘떡·과일’로 간소하게
『주자가례』에 부부 절하도록 명시

설 차례상에 절을 하는 아이들 ⓒ뉴시스.여성신문
설 차례상에 절을 하는 아이들 ⓒ뉴시스.여성신문

 

매년 설이면 차례상을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 규칙도 어렵지만 차례상 마련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가 발표한 2019년 설 차례상 마련에 드는 전국 평균 비용은 26만 3000원이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대표 김용환)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3.9%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응답자 중 38.9%는 ‘제사 음식 준비 등이 힘들어서’라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차례상에 관한 갖은 규칙들 중 다수가 유교적 전통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박광현 성균관 의례부장은 사람들이 차례와 기제사를 혼돈한다 말한다.

차례는 설, 추석, 단오 등 명절에 간소하게 제철 과일과 술, 고기전 등을 올려 조상에 인사를 하는 제례를 뜻한다. 기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해 과일과 술, 음식을 크게 장만해 올리는 제례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의 복잡한 규칙 또한 유교 제례에 없는 규칙이라고 한다. 박 부장은 “홍동백서 등은 유교적 예법에 따른 규칙이 아니다. 60년대 국가가 만든 가정의례준칙에서 나오는 규칙으로 유교와는 무관하게 만든 규칙이다”라며 “7,80년대 전통문화를 찾는 과정에서 널리 퍼져 공공연해졌다”고 말한다.

이어 “주자가례에 제례 상차림에 대한 음식에 대한 기준이 나온다. 그러나 토양과 지역마다 구할 수 있고 없고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 따를 필요는 없다. 그보다 정성이 중요하다”며 “유과, 밀과 등 기름에 튀긴 음식을 올리지 말 것을 말하는 부분이 있는 데 이것은 당시 굉장한 고가의 음식이었다. 사치를 경계한 것이다. 차례상은 정성을 다 하되 간소하고 검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중심적인 문화도 차례상 차림에 나선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 대구로 설을 쇠러 간다는 김영화씨는 “매번 차례상 음식 마련은 어머니와 여성 친척들이 하는데, 절은 남성 친척들이 앞줄에 나서 먼저 한다. 할 때마다 이걸 왜 하나 분통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유교적 전통에 따르면 여성이 음식 장만을 전담 하고 남성만 절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박 부장은 “유교에서는 누가 높고 낮음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우러져야 함을 말한다. 과거 사회가 남성중심사회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유교 경전에는 서로 어우러질 것을 말한다”라며 “『주자가례』에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절은 여남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례와 관련된 예서(禮書) 『주자가례』에는 제례 때 여성 또한 절을 할 것이 명시 돼 있다. 

박 부장은 한 집안의 어른이 중심이 돼 남녀노소가 모두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절을 하는 평등한 설맞이를 해볼 것을 제안했다. “남자들이 먼저 나서 장을 보고 음식을 마련해보는 설이 된다면 여성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설 #전통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