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포천중문의과 대학 산부인과 예방의학 교실 교수

태아 청각(본지 714호), 태내음(본지 715호)과 관련해 태아의 정신 발생학적, 정신심리학적인 연구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1931년 ‘홀트’라는 심리학자는 태아 때의 자극이 신생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고 역시 심리학자인 ‘데카스퍼’는 1980년에 신생아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엄마나 아빠의 음성에 더욱 안정감 있게 젖을 빨거나 조용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태아가 이미 태중에서 엄마 아빠의 음성을 인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호 태내음 편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엄마의 심장박동, 장소리 등의 태내음을 이용한 신생아 안정요법은 이러한 태아의 청각을 고려한 임상 이용인 것이다.

데카스퍼는 16명의 산모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임신 마지막 6주간에 날마다 간단한 동화책 한 권을 하루 2회씩 임신부가 태아에게 소리내어 읽게 했다. 그 시간을 모두 합치면 평균 다섯 시간이 되는 셈인데 이렇게 태내에서 훈련받았던 신생아들은 생후에 다른 동화책을 읽어주면 (같은 길이의 동화를 같은 목소리로) 별 반응이 없다가도, 태중에서 들었던 동화에 대해서는 바로 반응함을 발견했다.

1980년 심리학자 ‘린드’는 태중에서의 영향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았는데 그 중에서 몇 개의 예를 소개한다.

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오랫동안 이상하게도 특별한 음악 한 곡에 애착이 많이 갔다. 나중에 그의 어머니와 대화하다 자신이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가 규칙적으로 그 음악을 들었음을 알게 됐다.

유감스럽게도 그 지휘자가 태어난 후에도 그 음악을 여러 번 들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길이 없어 태내에서만의 영향인지 생후의 영향도 있는지에 대한 구분은 확실치 않다. 다른 경우의 예를 보면 어떤 엄마가 임신 중에 바하의 음악 한 곡을 하루에 한 번씩 꼭 들었는데, 아가의 탄생 후 그 레코드는 잊혀진 채로 7년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그 음악을 들은 꼬마가 듣자마자 아주 좋아하고 감동하더니 그 후엔 일생의 애호 음악으로 삼게 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예들은 사실 과학성이 꽤 결여됐고 결론을 내리기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아 필자로서도 결론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태중에서의 조건이 생후의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발견이 많으며 이와 더불어 정신적 발생학에 대한 발전이 기대된다.

이는 태아의 청각 발생학과 더불어 정신발생학적, 정신심리학적인 부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는 또한 다음 호에 얘기할 옛 철학자들과 각 문화에 깊이 녹아 있는 태교의 철학적 배경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태아의 발달을 영재교육에 집착하는 그런 단세포적 접근에서 벗어나 문화에 녹아있는 삶의 지혜와 더불어 부모의 사랑이 함께 있는 발생학적인 성장을 자궁에서 영위할 수 있는 삶의 존중, 생명에의 원초적인 존중감을 이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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