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 인권조사 결과 발표
전공과 선택 제한과 차별 경험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3.3배 높아
학생 10명 중 5명이 언어폭력 경험

예비의대생 캠프에서 참가 고등학생이 의학용 더미를 통해 의사 활동을 실습하고 있다. ⓒ뉴시스
예비의대생 캠프에서 참가 고등학생이 의학용 더미를 통해 의사 활동을 실습하고 있다. ⓒ뉴시스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여학생 10명 중 7명이 교수 등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했으며, 4명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인권의학연구소가 공동 발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 상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여학생 중 72.8%가 학교나 실습을 나간 병원 등에서 교수, 레지던트, 인턴, 학생 등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여학생의 37.4%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으며, 18.3%가 신체적 성희롱에, 17.1%가 시각적 성희롱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학생은 58.7%로 남학생 중 17.7%가 같은 응답을 한 데 비해 3.3배가 높았다.

이번 실태 조사는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1763명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남학생이 1017명, 여학생이 743명이 참여했다.

또한 학생 10명 중 5명(49.5%)이 언어 폭력을 경험했으며, 16%가 ‘단체 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6명(60%)이 모임이나 회식에서 ‘음주 강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 학년의 학생들이 성희롱, 폭력, 부당한 대우의 주 가해자로 교수를 지목했다. 또한 병원 실습을 나가는 고학년의 학생은 교수 외에 가해자로 인턴과 레지던트, 다른 학생 순으로 답했으며, 실습을 시작하지 않은 저학년 학생들은 교수 외에 가해자로 다른 학생, 인턴과 레지던트 순으로 지목했다.

폭력과 강요, 성차별, 성희롱 등 피해를 경험한 학생 중 대학이나 병원에 해당 사실을 신고한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가 42.6%를 차지했으며, ‘그 문제가 공정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가 31.9%로 집계됐다.

또 대부분 학생들이 신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가해자 처벌 등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2차 가해를 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학생들은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해 수직적·권위주의적 문화가 대물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성차별이 만연해 있고,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병원은 은폐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의학연구소는 이번 실태조사 이후 병원실습 중인 의과대학생과 병원 교수들로부터 수업을 받는 의과대 학생들의 인권 보호사항을 추가하도록 의료법과 전공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2시 인권위 배움터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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