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정적 흐른던 스웨덴 마을, 세계의 이목을 끌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정적 흐른던 스웨덴 마을, 세계의 이목을 끌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
  • 승인 2019.01.23 20:08
  • 수정 2019-01-23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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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실무 협상 열린
스톡홀름 하크홀름순드
수도에서 2km 떨어진 숲속
회담장소로는 최적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

스톡홀름 북서쪽으로 2km로 떨어진 이곳은 호수와 숲이 사방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다. 1년 사시사철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어 고요하기까지 한 곳이다. 25년 전 스톡홀름시에서 소유하고 있었던 대 저택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이 구입했다고 해서 관심을 잠시 받은 것을 빼고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이 지역에 있는 대저택을 구입한 사람은 사우디 왕족 출신이다. 프림주유소 체인을 소유하고 있는 부호로 스웨덴에 자가용비용기로 방문할 때마다 스웨덴 국왕을 알현한다고 알려져 있다. 4년 전 발스트렘 외교부 장관이 사우디의 여성인권이 아주 취약하고 비민주적 국가라고 비난해 본국 대사를 소환하고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하자 스웨덴 정부는 국왕의 중재를 요청했다. 국왕은 입헌군주제에서 정치적 실권은 없지만 헌법적으로 국가 원수이기 외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때 이 왕족의 도움으로 사우디 국왕에게 스웨덴 정부의 친서를 전하고 외교적 결례를 사과하는 데 중간 다리를 놔 준 사람이 바로 대저택 소유주인 사우디 기업인이었다. 스웨덴 국왕은 외교관계가 정상적으로 봉합되자 북극성 최고훈장을 수여해 감사의 마음을 전해 둘의 관계는 매우 돈독한 관계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이 사우디 귀족은 구입한 대저택을 새롭게 단장하고 고급시설을 들여와 최고급 호텔을 만들었다. 주 고객은 기업이었다. 기업 이사회, 최고 경영진 교육 및 휴양시설로 사용될 정도로 고급호텔로 자리 잡았다.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스웨덴의 최고급 골프리조트인 브루호프성도 위치해 있어 고급휴양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조용하던 곳에 검은 고급 승용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 왔다. 주위는 경찰이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졌다. 스웨덴 외교부에서 안전을 위해 보안에 신경 써서 숨겼던 북미비밀 회담 장소가 이곳임이 밝혀졌다. 끝까지 회담장소를 밝히지 않았던 스웨덴 외교부는 언론들이 확보한 정보로 하크홀름순드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자 그 때서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었다.

스웨덴은 작년 6월 북미회담 이후 소강상태에 빠지자, 외교적 채널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평양과 서울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있는 스웨덴은 미국을 대신해 북한 내 영사업무의 창구역할까지 하고 있어 공식적 대화채널을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 토요일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2박3일 동안 하크홀름순드는 외교차량이 끊기지 않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9일 이곳에서 실무급 회담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회담에는 이도훈 외교부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참석했던 것을 전해진다. 스웨덴 쪽에서는 마르곳 발스트렘 외교부 장관, 아니까 쇠데르 외교비서, 캔트 헤르스테트 대북 특사, 전 외교부장관과 유엔부사무총장까지 역임한 얀 엘리아손은 스톡홀름평화연구소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들이 참가해 북미, 남북, 남북미 회담을 번갈아 개최해 북미정상회담의 실무적 토론을 진행했다고 스웨덴 외교대변인은 전했다.

하크홀름순드 회의장은 외부와 격리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숙박하고 있는 동안 식사를 함께 하면서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 실무토론이 심도 있게 진행되는데 일조를 했다고 전해진다.

갑자기 들이닥친 각국 협상대표들로 인해 이 동네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조용했던 마을은 며칠 만에 스웨덴 언론인뿐 아니라 일본의 각 방송사와 언론사 기자 등 20여명이 몰려와 취재에 열을 올리면서 지역신문에 대서특필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스톡홀름의 기온과 달리 실무회담은 성공적으로 진행된 듯 하다. 발스트렘 외교부 장관은 앞으로 6자회담 당사자들도 봄에 스톡홀름에 초치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한다. 스톡홀름이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회담장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인이 개발한 하크홀름순드 회의장이 어쩌면 한반도의 문제를 논하는 중요한 메카로 떠오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봄 되면 한번 산책 삼아 가봐야겠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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