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주택청약은 ‘그림의 떡’
트위터에서 비혼여성 법안 위한 모임
가부장제 사회서 비혼여성은 소외돼
비혼 대체할 워딩(말) 공모 나서

러쉬코리아 비혼식 현장 모습 ⓒ러쉬코리아
러쉬코리아 비혼식 현장 모습 ⓒ러쉬코리아

최근 결혼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비혼주의자’들이 늘어나면서 주거 제도,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의료법 문제 등 비혼에게 불리한 다양한 제도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적인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혼으로 인한 1인 가구는 주택청약시 가점총액이 부족하다는 문제로 청약이 거의 불가능해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자신을 서울에 거주하는 44세 독신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2월30일 ‘가족형태 변화에 따른 주택청약제도의 합리적인 수정’을 요청하는 글을 올려 23일 현재 1만5485명이 동의했다.

청약가점제는 1순위 청약자 내에서 경쟁이 있으면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기준으로 가산점수가 높은 순으로 주택분양 당첨자를 선정한다. 무주택기간 다음으로 부양가족수의 청약가점 항목 비중이 크기 때문에 비혼 1인 가구는 주택분양 시 불공정한 경쟁에 놓이게 된다.

A씨는 “20대부터 밤낮으로 학원강사를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아 20년 만에 집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노후를 준비할 나이가 돼 벌어둔 목돈으로 주택청약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가점총액이 부족해 떨어지곤 했는데 이는 제도적 문제 때문으로 국민청원의 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양가족이 없는 저 같은 1인 혹은 2인 가족에게 주택청약은 ‘그림의 떡’”이라며 “평형 가운데 59㎡C 이하 주택에 청약을 해왔지만 조건에 맞는 지역 주택 청약에는 청약기간과 무주택기간이 15년 이상 된 4명 이상 부양가족을 가진 40대 가장이 당첨되고, 1인 가족은 당첨될 확률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족의 형태는 시대 변화에 따라 빠르게 바뀌어가는 데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청약제도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며 “이혼과 비혼을 선택한 1인 가구에게 큰 평형은 필요치 않아 가족형태에 따라 거주할 수 있는 평형을 분석해 청약제도의 제도적 오류를 해결해줄 것”을 당부했다.

트위터에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여성 인권 관련 법안의 장기 계류를 규탄하며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여성 법안 추진 프로젝트’ 모임이 신설돼 관련 법안들을 업데이트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프로젝트팀은 최근 글, 계정관리, 이미지 업로드 등 업무를 담당할 인원 3명을 페미니스트 여성을 대상으로 모집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팀은 특히 비혼 법안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모임의 운영자인 B씨는 “지난해 11월27일 본회의 일자에 맞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던 ‘불법촬영’ 법안의 해결과 법사위 통과를 요구하는 문자 총공(문자 총공격)이 있었다”며 “이날 대부분의 여성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것을 확인했는데, 여성법안은 여성의 손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해 프로젝트팀을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법사위 의원의 72%가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50대 이상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프로젝트팀은 왜 비혼 법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B씨는 이에 대해 “결혼이 중심이 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결혼을 거부한 여성의 삶은 극히 가려져 있고 법으로부터 소외돼 있다”며 “어떤 단체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환경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소외된 비혼 여성의 현실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성법안과 정책 대다수가 기혼여성 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프로젝트팀은 “주거제도는 전통적인 4인 가구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보호자 없이는 효력 있는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의료법, 재정 불안정을 일으키는 고용 및 임금 차별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이슈 제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팀은 또 ‘비혼’이라는 말을 대체할 워딩(말)을 공모 중인데 결혼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가진 ‘반(反)혼’, ‘항(抗)혼’과 ‘여성 독립 가구’, ‘여성 1인 가구’ 등을 후보로 내놓고 24일까지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B씨는 이에 대해 “비혼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결혼이라는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여성들이 직접 자신들을 정의할 단어를 만들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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