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바꾸는 여성 지방의원들①] 양리리 “다문화가정 96만명, 여전히 고추장·김치”
[지역 바꾸는 여성 지방의원들①] 양리리 “다문화가정 96만명, 여전히 고추장·김치”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1.22 15:09
  • 수정 2019-01-25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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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50명. 지역 주민의 손과 발을 자처하는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전국 지방의원의 숫자다. 동네에 주차난이 심각해서, 집근처 공사장에 소음이 심해서 불편하면 이들에게 민원을 제기하면 된다. 또 시·도·군·구청 등 지방정부의 예산 사용과 인력을 감시하고 조례를 만드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방의원이 제대로 활동하면 지역과 주민의 생활이 나아진다. 각 지역의 여성 지방의원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매주 만나본다.
화교인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은 구의회에서 “다문화·장애인·도서관 분야의 일을 중점적으로 하겠다” 말했다.
화교인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은 구의회에서 “다문화·장애인·도서관 분야의 일을 중점적으로 하겠다” 말했다.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
어머니는 화교·장애인, 남편은 대만 국적
“다문화와 비주류 대변할 것”
“구 예산 5456억...의회가 감시해야”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사회에 정착한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고추장, 된장, 김치 만드는 법을 가르치면서 적응하라고 합니다. 그들을 존중하는 다문화정책이 아니라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시키려는 동화정책일 뿐이죠.”

2018년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가구 가구원은 96만명을 웃돈다. 소수자이자 이방인인 그들은 불편과 차별이라는 공기 속에 숨쉬며 산다. 화교3세인 양리리(梁莉莉·41)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은 이들을 대변하고 존중하는 다문화정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공언한 현직 정치인이다. 화교이면서 지체장애인인 어머니, 대만 국적의 남편과 이중국적의 두 자녀를 둔 그는 소외된 사회 비주류를 배려하고 소통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11년 시작한 ‘서대문 도서관친구들’ 모임과 2015년 ‘홍익문고지키기주민모임’ 대표를 맡아 폐업 위기의 서점을 살리는데 나서면서 지역사회에서 알려진 그가 느닷없이 받은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1번 제안을 고심 끝에 수락한 이유이기도 하다.

양 의원이 최근 의회에서 주도한 일이 ‘서대문구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및 욕구조사 연구용역비’ 편성이다. 서대문구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기초적인 실태조사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다문화가정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양 의원은 우리 사회의 다문화정책은 갈길이 너무나 멀다고 비판한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기 보다는 문화흡수정책을 펴면서 그들의 정체성을 지우고 한국인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 화교는 6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에서 이들의 상징인 ‘차이나타운’은 중국집이 밀집한 먹자골목일 뿐이다.

화교인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은 구의회에서 “다문화·장애인·도서관 분야의 일을 중점적으로 하겠다” 말했다.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

 

“가난한 나라 여성들이 한국에 이민을 와서 좀 더 나은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함부로 대합니다. 저개발국 출신 엄마가 아이에게 그 나라 말을 하면 좋아할까요. 엄마의 문화, 음식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면 아이의 자아정체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혜택까진 기대도 안 해요. 똑같은 사람으로만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의 역사가 해를 거듭하면서 맞닥뜨리는 문제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군입대할 시기가 되니 걱정이 많아요. 아이들이 외모나 다른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적응을 못할까봐 걱정하는 거죠. 그들의 어려움이 점점 다양화, 세분화되고 깊어지고 있는 거죠. 엄마들도 이제는 집안 살림 잘하는 것을 넘어 취업하고 싶어하고요. 장기적으로는 다문화친화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그는 여성장애인 출산 지원 장려금 조례안을 발의를 준비 중이다. 장애여성에게 임신은 그 자체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장애가 있을까봐 꺼리기도 하고 병원도 더 자주 가야 하지만 택시 한번 타기도 힘들다. 따라서 대책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오는 2월 28일에는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해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양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된 경북 예천군의회 사건이 너무 부끄러워 집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의회가 필요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으면서 의회의 역할이 국민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의회가 왜 만들어졌을까요. 서대문구청의 경우엔 직원이 1380명이고 1년 예산이 5456억원이나 됩니다. 지역 주민을 대표해서 구정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구청장과 공무원이 제대로 하는지를 감시, 견제하는 의원은 15명입니다. 의회도 점차 변하고 있으니 사회 발전에 충분히 기여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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