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에서 또다시 최악의 참사가 터졌다.

18일 오전 9시 52분께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 역에 진입해 정차중인 전동차 안에서 방화로 인한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출근시간이 끝나는 무렵 우울증 질환이 있는 50대 남자 김모씨가 플라스틱통에 담아온 신너를 전동차 바닥에 뿌리고 라이터로 붙여 삽시간에 전동차에 옮겨 붙었다. 화재 사실을 모르고 진입한 반대쪽 열차에까지 불이 옮겨 붙어 피해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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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화재참사의 유족들이 차량정비소로 후송돼 보관중인 불탄 전동차를 보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사망자, 부상자 중에는 출근하는 2,30대 젊은 여성, 가족과 함께 외출하는 부녀자와 노약자가 많았다. 지하철에 갇혀 숨이 막힌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달려 온 어머니, 두 아들을 데리고 동생 졸업식장에 가다 변을 당한 아내의 시신 앞에 선 맞벌이 가장의 모습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피해가 커진 이유는 전동차 안 의자·바닥·천정 소재가 불에 약한 데다 유독가스를 내뿜어 승객들이 질식한 탓이다. 전동차는 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정전이 되는데 9시 57분 전기가 끊어졌고 정전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출구를 못찾은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다가 변을 당했다.

화재시 작동하는 스프링클러, 환풍기, 비상등은 정전이 되어 작동하지 않았는데 대합실 화재 예방 위주의 설계, 전동차 내의 사고를 대비하지 못한 시스템, 화재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대구는 95년 4월에도 상인동 지하철 굴착공사중 도시가스 배관을 건드린 사고로 100여명의 사상자를 냈고, 지난해 1월엔 신남네거리 지하철 공사장에서 복공판이 무너져내려 인명피해 사고를 냈다. 대구지하철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 박남희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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