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공주가
한글 궁체로 쓴 희귀 자료
「자경전기」·「규훈」 등 68점
국외재단 한글박물관이 매입

「자경전기」 ©문화재청
「자경전기」 ©문화재청

조선 왕실의 최고 한글 서예가였던 덕온공주(1822~1844)가 한글로 쓴 책 등 68점이 미국에서 귀환했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덕온공주가 직접 쓴 책과 집안의 한글자료를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16일 밝혔다. 미국에 있던 자료를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소장자와 접촉해 매입에 성공했다. 덕온공주는 조선 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 난 셋째 딸로, 정실 왕비에서 태어난 조선의 마지막 공주다.

이번에 환수된 자료들은 조선왕실의 한글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 중에서도 덕온공주가 한글 궁체로 쓴 「자경전기(慈慶殿記)」와 「규훈(閨訓)」은 덕온공주가 한글로 번역해 작성한 자료로, 이번 처음 발견됐다. 이 책들은 덕온공주가 한글 궁체 글씨의 명필이었음을 보여준다.

「자경전기」는 원래는 정조 비 효의왕후의 명에 따라 순조가 창경궁 자경전에 대해 한문으로 지은 책이다. 자경전은 1777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에 지은 전각이다. 「규훈」은 여성들이 지켜야 할 덕목과 예절에 관한 책이다.

자료 중에는 왕실에서 작성한 한글 편지와 왕실 여성들을 위한 한글 역사서도 있다. 한글 편지들은 덕온공주의 어머니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1823~1887)에게 딸의 근황을 묻는 편지를 비롯해, 신정왕후(추존왕 익종 비), 명헌왕후(헌종 계비), 철인왕후(철종 비), 명성황후(고종 비) 등이 직접 쓰거나 상궁이 대필해서 덕온공주 집안에 보낸 것들이다. 이 중에는 조선 최고의 한글 명필로 알려진 궁중여성 서기 이씨(書記 李氏)가 대필한 편지도 있어 사료적 중요성이 크다.

「정사기람(正史紀覽)」과 「여사초략(女史抄略)」은 한글 역사서다. 「정사기람」은 덕온공주의 아들 윤용구가 고종의 명을 받아 왕실 여성들을 위해 쓴 역사책이며, 「여사초략」은 윤용구가 당시 12살이던 딸 윤백영을 위해 여성과 관련된 역사를 발췌해서 작성한 책이다.

이외에도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의 서예작품이 눈에 띄는데, 윤백영은 일제강점기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한글 궁체로 쓴 서예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입선하였으며, 전통적인 한글 궁체를 현대적인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문화재청은 “환수된 68점의 한글 자료는 조선 왕실 여성들의 생활 속에서 한글이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뿐만 아니라 왕실에서 사용했던 아름다운 한글 궁체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을 지낸 국어학자 이종덕 박사는 “환수 자료는 기존에 소개된 단편적인 왕실 편지나 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자료로서, 왕실 부마 집안의 일괄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왕실인물의 개인적인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환수의 의의를 밝혔다.

문화재청은 환수 자료를 국립한글박물관에 이관해 전문적으로 연구,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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