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미러링』 김선희/연암서가/1만3000원

『혐오 미러링』, 김선희 ⓒ연암서가
『혐오 미러링』 김선희 ⓒ연암서가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우리사회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여성 세대가 출현했다. 이전에 ‘꼴페미’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페미니즘을 섣불리 말 못하던 여성들이 아닌, 페미니즘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스스로 ‘페미니스트’, ‘메갈’이라 말하는 데 거침없는 세대였다. 몰카 피해자로 머무는 대신 남녀 차별적 편파 수사에 분노하며 광장으로 뛰쳐나온 새로운 세대의 출현은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새로운 세대의 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메갈리아에 이어 ‘워마드’가 나타났다. 워마드는 전보다 더 강한 어조로 미러링 전략을 구사하며 일부 젊은 여성세대 페미니즘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혐오 미러링』은 ‘워마드 현상’으로 명명 될 만한 한국 페미니즘의 한 흐름을 분석한다. 워마드는 일개 사이트지만 워마드가 미친 영향은 페미니즘을 외치는 광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광장으로 나선 여성들을 모두 워마드 회원으로 볼 수는 없다. 시위 때 워마드에서 주도한 미러링 용어들과 탈코르셋 운동, 여성들만의 시위, 운동권의 배척, 익명성 등의 방식이 녹아든 것들을 볼 때 워마드가 여성들의 정치적 운동과 한국 페미니즘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워마드 현상의 중심에 미러링, 남성 혐오 놀이가 있다고 말한다. 놀이는 곧 현실에서 삶의 방식을 바꾸며 남성이 규정한 ‘코르셋’을 벗어던진 삶을 사는 것을 추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미러링의 대상을 깨부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여성 스스로 자가치유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최근 워마드는 여성이면 모두 감싸고 보호하는 데서 입장을 바꿨다. 여성들 간에 계급을 나누며 분리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했다. 탈코르셋을 지키는 ‘자격 있는’ 여성만 함께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기득권 남성만을 향하던 혐오 미러링은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를 혐오하고 비방하는 것으로 변하며 더욱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변했다. 

저자는 워마드 현상을 분석한 이유를 두 가지로 말한다. 하나는 워마드 현상에는 기존의 페미니즘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들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페미니즘의 문제로 고민하고 살아가는 주변의 학생과 여성들을 만나며 그들의 고민과 목소리를 접할 기회가 있었고 그것이 저자의 고민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여성 차별적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대해 분노에 찬 여성들이 에너지를 부정적으로 소모하기보다 긍정적으로 발현할 수 있길 기대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