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배서더, 인터컨티넨탈 등
여성인재육성 정책 효과
롯데, 2020년까지 여성임원 30%
아코르 호텔 그룹, 35% 목표

남자친구 주인공인 차수현 동화호텔 대표의 모습. 극중 차수현은 드라이어기, 커피잔, 샴푸, 린스, 수건 등 호텔 어메니티(amenity)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지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tvN 드라마 캡처
 tvN 드라마 남자친구 주인공인 차수현 동화호텔 대표의 모습. 극중 차수현은 드라이어기, 커피잔, 샴푸, 린스, 수건 등 호텔 어메니티(amenity)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지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tvN 드라마 캡처

 

호텔업계 여성 총지배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호텔의 총지배인은 숙박 시설과 각종 부대시설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의 업무를 감독하고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자리다. 호텔리어들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인 셈이다. 호텔업계에 여성 직원들이 많고 특유의 섬세한 면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총지배인 자리는 주로 남성이거나 외국인들이 주로 맡아왔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외국계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서도 여성 총지배인들이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다. 지난 8일 코오롱그룹 호텔‧리조트에선 첫 여성 총지배인이 탄생했다. 허진영(47) 코오롱호텔 총지배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 외에도 롯데호텔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인 L7명동의 이남경(48) 총지배인, 김경림(46)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강남 총지배인, 이금주(38)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명동 총지배인, 조민숙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총지배인, 김연선(60)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총지배인 등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외 기업에서 2~3년 내외로 임명된 여성 총지배인들로, 이들이 업무성과를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현숙 사보이 호텔 회장은 “2000년대 이후 호텔 매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부판촉 업무가 온라인에서 가능해지면서 여성 직원들도 대고객 서비스와 판촉 활동 두 가지 영역을 담당하고, 그 능력을 인정받게 됐다”면서 “하지만 호텔업계에서 여성 총지배인이 배출된 것은 20년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45년간 호텔업계에 종사해 온 신 회장은 국내 여성 최초로 호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왼쪽부터 허진영 코오롱호텔 총지배인, 이남경 L7명동 총지배인, 송연순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총지배인 ⓒ각 사
왼쪽부터 허진영 코오롱호텔 총지배인, 이남경 L7명동 총지배인, 송연순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총지배인 ⓒ각 사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어떤 점들이 꼽힐까. 기업 운영 측면에서는 여성 임원 비율을 끌어올리려는 그룹 내부의 목표가 생기고 있는 점도 여성 총지배인 배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호텔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2월 롯데호텔 배현미 브랜드표준화팀장이 상무보B로 승진했다. L7명동 초대 총지배인이었던 그는 이로써 롯데호텔의 현장직 출신 첫 여성 임원이 됐다. 현재는 후임인 이남경 총지배인이 L7명동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사내 여성인재육성 정책에 따라 2020년까지 여성간부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고 밝혀왔다.

송연순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 총지배인(59)은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도 호텔업계에 여성 총지배인 비율이 높지 않아 제가 속한 아코르(Accor) 호텔 그룹의 경우 202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여성 총지배인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송연순 총지배인은 외국계 체인 특1급 호텔 최초의 여성 총지배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인물이다. 그룹 내 총지배인 양성 과정을 거쳐 그룹 최초 여성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강점은 무엇보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끊임없이 고객들의 요구를 파악해왔다는 점이다. 평균 47세의 나이, 25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관광레저학, 호텔경영학 등 국내대학 관련 학과 출신이 많다. 이와 관련 송 총지배인은 “호텔업에서 현장직 출신 여성의 세심한 관찰력은 큰 강점이 된다”며 “아주 작은 이쑤시개부터 시작해 몇 억을 호가하는 기계시설까지 호텔 현장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직접 현장에서 뛰어 본 경험이 없이는 고객의 진정한 니즈 파악과 세심한 서비스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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