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후 실망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뉴시스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후 실망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담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또 야당인 노동당이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면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오후 의사당에서 열린 승인투표에서 영국 하원의원 634명이 찬반 투표에 참여해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230표차로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영국 의정 사상 정부가 200표가 넘는 표차로 의회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참패로 기록됐다. 기존에 가장 큰 부결 표차는 1924년 10월 노동당의 램지 맥도널드 총리가 기록한 166표였다.

반대 432표는 노동당 248표, 보수당 118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35표, 자유민주당 11표,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10표, 웨일스민족당 4표, 녹색당 1석, 무소속 5표 등으로 집계됐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과 EU 양측 의회에서 모두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영국은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메이 총리는 승인투표가 당초 지난달 11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부결될 가능성이 커 이를 연기하고 정치권을 설득해왔다.

승인투표 부결 발표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메이 총리도 16일 정부 불신임안에 대해 의원들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영 BBC 방송은 16일 오후 7시경 정부 불신임안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고정임기 의회법’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14일 이내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이날 표결이 부결로 끝나면서 메이 총리는 3 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플랜 B’를 제시할 예정이다.

브렉시트 부결 후 시나리오는 영국 정부가 EU와 재협상을 하거나, 조기 총선을 하는 방법, 제2국민투표를 통해 민의를 다시 묻는 등 방안이 있다. 이러한 방안들에 대해 정치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아무런 합의 없이 3월29일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로 가야만 한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 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유일한 긍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고 질문을 통해 우회적으로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늘 저녁 투표 결과로 영국이 혼란스럽게 EU를 떠날 위험이 더 커졌다”며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 만큼 EU 집행위는 EU가 비상대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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