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탈출한 사우디아라비아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망명을 허용한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 여성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이다. 뉴시스·여성신문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탈출한 사우디아라비아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망명을 허용한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 여성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이다. 뉴시스·여성신문

 

가정 학대를 피해 캐나다 망명에 성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이 15일 호주 TV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망명이 더 많은 여성들의 사우디 탈출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쿠눈은 이날 호주에서 방영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탄압을 피해 탈출한 자신의 사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사우디를 변화시키는 촉매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이뤄진 이번 인터뷰는 캐나다 망명 이후 처음이다.

알쿠눈은 “사우디 정부 시스템과 학대를 피해 탈출하려는 사우디 여성들이 더 늘 것”이라며 “사우디에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알쿠눈은 “나의 이야기가 다른 사우디 여성들에게 용기를 줘서 자유로워지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자신의 사례가 사우디의 법 개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망명 동기에 대해서는 “나는 학대와 억압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며 “홀로서기를 원했고 내가 원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없었고 허가 없이 직업도 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알쿠눈은 12일 망명지인 캐나다의 토론토공항에 도착해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을 만난 순간의 소감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놀라울 정도로 엄청난 사랑과 환대를 받았다”며 “외교부 장관이 나를 맞이하면서 내가 안전한 나라에 왔으며 모든 권리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교육을 받고 직장을 구하는 등 ‘평범한 삶’을 살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알쿠눈은 그의 가족이 자신과 인연을 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속이 많이 상했다고 덧붙였다.

알쿠눈은 지난 5일 가족과 함께 쿠웨이트 여행 중 가족을 피해 탈출을 시도했다, 호주로 망명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태국 방콕을 경유했으나 태국 당국에 여권을 압류당하고 쿠웨이트로 다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호텔방 안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SNS에 도움을 호소했고 트위터에서는 ‘라하프를 구하라(#SaveRahaf)’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 인정을 위한 심의 끝에 알쿠눈을 난민으로 판단하고, 그가 가고자 했던 호주 정부에 난민 정착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강제송환 위기를 넘겼다. 8일에는 아버지와 남자형제가 귀국을 설득하기 위해 방콕을 찾아왔지만 알쿠눈은 만남을 거절했다.

호주 정부는 “비자 발급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답변에 뜸을 들이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나섰다. 11일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가족의 학대와 폭력을 피해 탈출한 알쿠눈에 대한 망명 허용을 발표했다.

한편 사우디의 주지사인 알쿠눈의 아버지는 14일 성명을 통해 딸과의 의절을 선언하고 그녀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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