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13세로 낮추는 법안 발의
잔혹한 청소년 범죄 잇따라
국민청원 소년법 개정-폐지
인권위는 국제 기준 들어 반대

소년법 폐지와 처벌 강화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피해자 보호와 권리 확보도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년법 폐지와 처벌 강화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피해자 보호와 권리 확보도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세 하향 조정하는 등 형법·소년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이에 반대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2월19일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제1차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2019~2023)’을 공식 발표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 상정돼 있으며, 법무부는 올해 안에 이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현행 형법·소년법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 분류돼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촉법소년)에 대해서는 소년법에 의해 소년원 송치 등 구금을 포함한 보호처분이 가능하다. 또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 범죄는 처벌보다 보호 및 교육으로 다스리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전주 여중생 성폭행, 인천 여중생 사망, 서울 관악산 여고생 집단폭행,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 잔혹한 청소년 범죄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국민청원에도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인천 여중생 피해자의 언니가 올린 ‘미성년자인 가해자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 글에는 무려 23만4236명이 동의했다.

국회에서도 이미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2세와 만 13세로 낮추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지난해 9월5일 강효상 의원은 “현행 형사미성년자의 기준 연령인 만 14세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설정돼 65년간 유지돼 왔다”며 “과거에 비해 높아진 청소년의 정신적·육체적 성숙도에 따라 강력범죄 연령도 낮아지고 있으며, 그 수법도 성인범죄에 못지않게 흉포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을 만 13세로 하향해 청소년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청소년 범죄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이석현 의원도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만 12세로 낮춰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실화하고, 적정한 형사 제재를 통해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켜야 한다”며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경찰관으로 10년 근무했던 정세종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만 12세 이상 청소년의 범죄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이 초동수사로 ‘왜 일어났는지’, ‘공범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피해자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체포 등의 통제방법이 전혀 없다”며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만 12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만 13세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쳤을 때 주인이 경찰서에 이를 신고해도 ‘우리는 형사 미성년자다’고 말해 경찰이 현장에서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초등학교 6학년이 또래 학생들에게 폭행이나 왕따를 당했을 때도 학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은 꿈도 꿀 수 없는 서민층은 결국 가해자에 빌면서 ‘우리 아이 좀 봐달라’고 사정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형법에서도 판사가 양형을 고려할 때 나이나 피해에 대해 충분히 반성했는지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엄벌에 처하기보다 배려 규정을 적용해 소년에게 과한 형벌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이 연령대의 범죄율이 감소하는 추세와 국제 인권 기준을 감안할 때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하향조정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2월22일 “형사미성년자의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것은 아동의 구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최단 기간을 요구하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인권 기준에 반한다”며 “연령 하향이 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서 표명했다.

차미경 대한변호사협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2007년 소년범 중 촉법소년 비율이 0.7%였던 것에 비해 2016년 그 비율이 0.1%로 감소했다”며 “연령을 하향하는 것이 합리적이려면 이 연령대 범죄가 흉포화돼야 하는데 13세에서 강력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가 적었고 16~17세에서 오히려 강력범죄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차 위원장은 이어 “소년법 자체가 미성년자들의 개화 가능성이 성인들보다 크기 때문에 형사처벌에서 배제시키는 것인데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의 해결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세 낮춰 만 13세 미만으로 한다 해서 청소년범죄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어린 청소년들에게 형사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입법이 범죄억제 효과가 거의 없고, 소년보호라는 국가 의무를 방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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