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인력난 시달리는 소셜벤처와
경력보유여성 연결시켜줘
“다양한 일자리 선택권 제공해야”
올해는 양적인 성장 목표

경력보유여성의 경제활동과 역량강화를 돕는 채용 플랫폼 위커넥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미진 대표를 10일 서울 성수동 창업지원공간 ‘카우앤독’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경력보유여성의 경제활동과 역량강화를 돕는 채용 플랫폼 위커넥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미진 대표를 10일 서울 성수동 창업지원공간 ‘카우앤독’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HR(Human Resources) 비즈니스는 평판 싸움이에요. 후보자, 채용기업이 얼마나 많이 연결됐는지도 중요하지만 이 둘을 얼마나 만족시켰는지, 지원자가 어느 정도 오래 근속했는지 등이 중요한 지표가 돼요.”

‘위커넥트’는 경력을 보유한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만든 채용 플랫폼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풀타임을 맞추기 어려운 경력보유여성들과 전문성 있는 경력자들을 원하는 벤처기업에 매칭해준다. “회사 창립 첫해인 2018년은 질적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수적으로도 채용 포인트를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질적인 부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위커넥트는 회사와 지원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고 있다. 3개월 동안 사후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첫 달에는 매주 한 번씩 통화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티타임을 갖는다. “경력으로 입사한 분들의 경우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싶어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있어요. 또 작은 조직일수록 채용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죠. 이를 위해 작년 12월에 스타트업, 소셜벤처 대상 채용 가이드라인을 작성했어요. 올해 발표할 계획이에요.”

위커넥트 지원자들의 나이는 평균 37살이다. 최근 결혼 시기가 더욱 늦어지고 아이를 30대 초중반에 낳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30대부터 그래프가 하강하기 시작해 다시 조금씩 상승하는 ‘M자곡선’에서 최저점을 찍은 연령대이기도 하다. 경력은 8~10년이 가장 많다. 이어 5~8년, 3~5년 정도가 뒤를 잇는다.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시기에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결혼 후 사회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여성들이 많아요. 아이를 낳으면서 시야가 더 넓어지는 거죠. 이 회사가 진정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 고려해보는 부분도 많아지고요. 이런 점에서 지원자와 채용사 간 합이 잘 맞았을 때 더 좋은 성과가 나와요.”    

김 대표 또한 입시교육 관련 회사에서 4년간 일했지만 높은 연봉을 포기하고 삶과 일의 일치를 꿈꾸며 소셜벤처 업계에 제 발로 들어왔다. 알고 싶은 지식·경험을 가진 사람과 그 정보가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위즈돔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회사가 문을 닫아 직원들은 제 갈 길을 가야 했다.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쌓아간 시간은 실패가 아닌 새로운 도전으로 가는 길이었다. 2017년 8월 또다시 일자리 플랫폼인 위커넥트를 창업한 것이다. 당시 위즈돔에서 일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한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아무런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무리 유연한 근무, 양질의 시간제일자리를 연결해 준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육아도, 일도 둘 다 잘하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시간제일자리’를 보는 프레임에 대해서는 “용어 자체에 비전문가가 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풀타임이 아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고 하면 ‘회사에 열정적이지 않은 거 아냐?’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했다.

10일 서울 성수동 창업지원공간 ‘카우앤독’에서 만난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가 경력보유여성의 경제활동과 역량강화를 돕는 채용 플랫폼인 위커넥트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미진 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시야를 넓혀보니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런 모델을 구축해 놓은 단체들이 많았다. 영국 ‘위민라이크어스’(womenlikeus)가 2012년 론칭한 ‘타임와이즈잡’(Timewise Jobs)은 돌봄 등으로 공백이 끊긴 여성들에게 유연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들을 제공하는 온라인 구직 서비스다. 미국 ‘패스포워드’(PathForward)의 경우,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회사들에서 일할 수 있는 교육 및 인턴십을 진행한다. 애플, 월마트, 페이팔, 오라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유연한 일자리가 가능하구나, 또 전문적인 일자리에 여성들이 돌아와 활약한다면 더 큰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겠구나 등 두 가지 가능성을 봤어요. 하지만 대기업 문화를 당장 바꾸기엔 힘들 거라고 판단해서 스타트업 등 작은 조직부터 관행을 바꿔나가기로 했죠.”

가장 먼저 실험대에 오른 조직도 위커넥트였다. 현재 위커넥트에는 총 3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다. 결혼, 자녀 유무 등에 있어 각자 다른 상황이지만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며 효율적인 업무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김 대표와 달리 두 직원은 모두 결혼을 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노유진 디렉터는 재택 2일, 사무실 3일 등의 근무를 번갈아 가며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엄마인 안수연 운영매니저는 월요일만 출근하며 원격으로 일하고 있다. 

위커넥트는 지원자들에겐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위커넥트가 지원자들에게 플랫폼을 무료로 열어놓는 이유는 무엇보다 상시채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회사의 경우 공채를 통해 직원을 채용하지만 스타트업, 소셜벤처의 경우 상시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원자들은 공고가 올라오지 않으면 대부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는 “채용사들에겐 확실한 커리어 플랫폼으로 포지셔닝 되고 싶다”며 “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려면 위커넥트에서 찾으면 된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어떤 문제든 스스로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저는 그저 벽돌을 하나 더 쌓는 거죠. 그럼 다른 후배가 또 다른 벽돌을 쌓아 올릴 거고 어느 순간 하나의 집이 완성될 것이라고 봐요. 마라톤 경주에 임한다는 생각으로 무엇보다 ‘꾸준히’ 갈 생각입니다.”

올해부턴 양적 성장에 힘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수치적으로도 더 많은 파트너들을 연결해주고 싶어요. 또 지원자들에겐 위커넥트가 단순한 일자리를 위해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하나의 연대체가 됐으면 해요. 위커넥트를 통해 그들에게 또 다른 안정감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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