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화여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는 최근 학교 홈페이지에서 결혼한 여성의 입학을 인정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봤다. 재학 중 혼인도 허용한다는 내용도 함께.

결혼한 여성의 입학을 이제야 허용했다는 건 좀 늦은 감이 있다. 결혼했다는 이유로 여성의 교육권을 빼앗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신입생이었을 때 우리 학교 입학조건이 비혼여성이라는 얘기를 듣고선 많이 놀랐었다.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가 균등한 시대에 입학조건이 비혼여성으로 정해진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꼈다.

대학교에 들어간 후 첫 수업시간은 마치 고등학교의 연장선인 것처럼 느껴졌다. 수업을 듣는 학생 대부분이 비슷한 나이, 경험, 환경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약간 섭섭했다. 반면 교환학생으로 외국의 여자대학교에 갔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네들 학교는 결혼한 여성의 입학이 자유로워서 다양한 직업, 연령대의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 동안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결혼이나 공부는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 시기는 더욱 그렇다. 결혼으로 인해 전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밀어줘야 하지 않을까? 결혼이 무조건 학업에 방해가 된다는 발상은 여성들에게 가혹할 수 있다.

물론 여성에게 결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학·대학원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결혼과 동시에 묻혀버리는 아까운 여성인재가 우리 사회에는 아직 많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결혼금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학교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결혼을 선택하게 하되 학업이나 인생계획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대학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4년 동안 온실 속 화초처럼 결혼과 동떨어져 지내기보다는 결혼한 선배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우리사회에서 ‘결혼한 여성의 삶’에 대한 간접경험을 쌓고 진지하게 ‘나는 언제 결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사회심리학 시간에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요즘 여대생들은 졸업하면 사거리에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앉아있다. 그러다가 오른쪽으로 가는 친구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가는 친구를 만나면 왼쪽으로 간다.” 공부도 결혼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미리 보호해주는 학칙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인생설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더 절실하다.

정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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