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여성계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여성계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빙상연맹, 대한체육회 등이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를 방관·방조해왔다”면서 기관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체육·문화시민운동·여성·노동·법률 단체들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체육계 성폭력이 조재범이라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심 선수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2014년부터 올림픽 직전까지 4년 간 지속적인 성폭행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돌아보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여제자 성추행 사건이 터졌고 바로 그 빈 자리에 조재범 코치가 장비 담당 코치로 선임되었다”면서 “우리는 성추행 사건으로 생긴 빈 자리에 선임된 그가 동일한 범죄를 반복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오랜 시간동안 학습된 소위 침묵의 카르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회 전 영역에서 미투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을 때 유독 스포츠 분야는 조용했던 원인도 “스포츠계의 미투에는 무수한 미(Me)만 존재하고 연대하고 지지하는 투(too)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에 대해 “선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코치와 감독,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차단된 폐쇄적인 합숙소와 훈련장,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묵인, 방조 심지어 공조하는 침묵의 카르텔까지 이런 사건이 일어나기에 최적화된 체육계 관행과 성문화” 등을 지적했다.

이들은 “어렵게 용기를 낸 심석희 선수의 고발이 스포츠계 미투로 들불처럼 번져 체육계에 더 이상 이러한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독립/외부기관이 주도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와 실효성 없는 감사와 조사, 신고체계의 개혁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스포츠비전 2030’에서 밝힌 국무총리 산하 ‘체육단체공정위원회’와 ‘문화비전 2030’에서 밝힌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문화연대, 성폭력반대 연극인행동, 스포츠문화연구소, 여성문화예술연합(WACA), 젊은빙상인연대, 체육시민연대, 체조협회임원 김OO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사)100인의 여성체육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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