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대학 총여학생회 ‘전멸’...페미니즘 활동 어디로
서울 내 대학 총여학생회 ‘전멸’...페미니즘 활동 어디로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1.10 09:14
  • 수정 2019-01-11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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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총투표 통해 ‘폐지’
“폐지 이유 없이 없이 총투표 강행”
“모임·활동 지속해나갈 것”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내 총여학생회 사무실 앞. 지난 4일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여학생회 폐지 학생총투표 결과 과반수이상의 찬성으로 총여학생회 폐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내 총여학생회 사무실 앞. 지난 4일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여학생회 폐지 학생총투표 결과 과반수이상의 찬성으로 총여학생회 폐지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의 폐지가 결정되면서 서울 소재 대학 내에서 총여학생회의 활동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성균관대·동국대 총여학생회 폐지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성평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한국사회 전면에 등장했지만 대학사회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양상이다. 총여학생회는 여학생들로 이루어진 학생회이자 자치기구다. 대학 내 여성주의 활동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비대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총여 폐지 및 관련 규정 삭제, 후속기구 신설 등 학생총투표 의결 사항을 확정 공고했다. 투표관리위원회는 “20개(2개 중복)의 이의를 기각했다"며 "본 투표가 절차나 공정성에 있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앞서 4일 연세대 총여학생회 폐지 안건을 놓고 진행한 학생 총투표 결과 1만 763명이 참여해 투표율 54.88%였으며, 이중 폐지 찬성 78.92%, 반대 18.24%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여학생회를 31년 만에 폐지하고 학생회칙에서 관련 규정을 삭제하기로 했으며, 후속 기구로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총여학생회는 사회의 성차별에 대항해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한 조직으로, 단순한 성폭력 사건 처리 기구와 다르다는 반박은 계속돼왔다.

연세대 총여 폐지의 발단은 지난해 5월 연세대학교 인권축제 기간에 제29대 총여학생회가 페미니스트 은하선 작가의 초청강연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반발한 일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제29대 연세대 총여학생회 퇴진 및 재개편 추진단이 결성되고 중앙운영위원회는 6월 13일 학생총투표를 소집해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투표에 붙였다.

총여학생회 폐지 흐름에는 사회의 중심 이슈로 부상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한 ‘백래시(backlash)’라는 분석도 있다. 페미니즘이 사회 주요 의제로 부상한 지금 대학 사회에서는 오히려 그 목소리가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를 규탄하는 시위가 9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다. ⓒ총여학생회 ⓒ뉴시스·여성신문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를 규탄하는 시위가 9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다. ⓒ총여학생회 ⓒ뉴시스·여성신문

 

앞서 성균관대학교에서는 2018년 초 남정숙 교수의 미투(Metoo) 폭로 이후 총여학생회 재건 움직임이 일었으나, 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채 지난 10월 15일 총투표를 통해 폐지됐다. 그런가 하면 11월 27일 동국대학교에서는 상시적으로 운영되던 총여가 총투표에 부쳐져 폐지가 결정됐다.

성균관대 여성주의 모임인 ‘성평등 어디로 가나’ 소속 노서영씨는 “연세대 6월 총투표 이후 또다시 총투표를 실시한 방법을 보면 총여가 없어져야 할 시기라서 없어진 게 아니라 폐지시키고 싶은 사람들에 의해 밀어부쳐진 투표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성균관대나 동국대, 연세대에서 모두 총여가 폐지돼야 하는 합당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총투표가 민주주의라는 명분상 가장 좋은 방식이라며 수단으로 밀어붙인 것일 뿐”이라고 했다.

연세대 총여 측은 폐지 찬반 총투표 과정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중앙운영위원회가 총투표 요청안에 서명한 총여학생회원 비율 공개를 거부한 점, 총투표 요구안 서명 원본을 유실해 문제 제기했으나 무시한 점, 학생총투표 공청회를 전날 공지한 점, 찬반토론 공청회에 찬성 측 불참한 점 등이다.

반면 총여 폐지 흐름의 배경을 백래시 하나만으로는 단정지을 수는 없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과거와 달리 대학 내에서 여성과 남성이 대등한 비율이 되면서 “더 이상 여성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인식과 닿아있다.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응답률이 가장 낮고 학생회의 신뢰 상실과 무관심도 총여학생회의 소멸을 뒷받침한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처음 세워진 총여는 조금씩 확산되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건국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는 2013년, 홍익대학교는 2015년 총여를 폐지했고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는 2014년 독립기구였던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학내 기구인 총여는 폐지됐지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 대학 내 여성주의자들은 계속해서 모임과 활동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노서영씨는 “여성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 익명 게시판인 에브리타임(대학 커뮤니티)에 혐오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빈 전 연세대 총여학생회 회장은 “연세대학교 여성주의자 재학생 네트워크가 발족되어 학생회 제도권 외부에서의 여성주의자들의 연대나 이를 통한 활동들을 이어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 총여 폐지가 학내 페미니스트들이 결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동한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또 하나의 시작이라고 평가하고 기대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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