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현상은 제도 실패 아닌
정치 실패라 말하는 유럽
화합·대화·포용정신 강조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고 새해가 시작되는 폭죽이 스톡홀름의 하늘을 수놓는다. 새해의 희망을 안고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새해를 맞은 스웨덴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정부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있다. 연말 앞 집 부부의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이웃들과 나눈 대화에서 제일 큰 관심사가 바로 정부구성 여부였다.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것을 아는 이웃들은 만나기만 하면 정부구성의 향방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작년 9월 9일 총선거가 있었으니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이 뽑은 정부가 없는 셈이다. 우파4개당은 선거가 끝나자마다 첫 개원 총회에서 극우파의 도움을 받아 정부불신임안을 제출해 통과시켰다. 자동적으로 다음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현 정부가 과도정부의 역할을 갖기 때문에 형식으로는 예전과 다를 것이 없지만 실상은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당성을 가진 정부가 없는 말 그대로 무정부상태다.

9월 9일 총선결과 8개 정당이 의회에서 의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좌·우파 진영 어느 쪽도 40% 정도에 그치고 어느 한쪽도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힘이 스스로에게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17%를 차지한 극우파 때문이다.

우파는 극우파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국민과의 약속 때문이다. 중도정당인 중앙당과 자유당은 극우파에 의존하는 의회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거 전에 국민에게 약속했다. 극우파는 이민자를 기생충으로 보는 인종차별주의를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고, 신나치주의, 정치난민금지, 이민자 복지축소 등을 공공연히 주장한다. 이 같은 정책노선 때문에 절대로 극우주의에 의존하는 정치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두 번 시도한 정부구성안이 결국 두 중도정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국민의 약속이 우선일까, 아니면 약속을 저버리고 극우정당에 의존한 정부구성이 우선일까?

그럼 재선거를 하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총선결과와 큰 차이가 없이 나타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하지만 극우파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재총선은 치르게 되면 극우파만 약진하고 기존 정당들은 모두 세를 잃을 수 있다.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기존정당들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극우정당으로 대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치러지는 재총선은 어떻게든 피하려 할 것이다.

기존정당들의 정책실패에 실망해 극우정당에 표를 던지는 현상은 유럽전역에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대안당, 프랑스 민족전선, 오스트리아 자유당, 이탈리아 5성정당과 북부리그, 덴마크의 덴마크국민당, 노르웨이의 전진당 등 극우정당들은 이제 언제든 정부구성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세가 팽창되고 있다.

지금 스웨덴과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정당 출현현상과 정권구성의 어려움은 독일을 제외하고 의원내각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그리고 중대선거구제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리고독일은 다수비례 혼합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극우정당의 진출을 막지 못했다. 비례대표제로 인해 전국의 지지세를 모아 의회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권력이 너무 집중되는 대통령제도 문제지만, 권력이 너무 분산되어 있는 의원내각제도 효율적 통치체제는 아니다. 일방성과 다양성 모두 제도적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제도만 바꾸면 만능약처럼 정치의 쌓인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제도신봉주의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제도는 최고가 없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렸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대통령제를 손보려 하지 않는다. 유럽 어느 나라든 제도가 실패해 극우현상이 발생했다고 보지 않는다. 정치의 실패, 정치인의 실패를 인정한다. 더 효율적 정치를 약속하고, 국민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독선보다 화합을 이야기 하고, 대화와 포용정신을 강조한다. 이것이 어쩌면 신년에 전해 주는 세계의 메시지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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