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성교육 표준안', '뻔뻔한 성차별주의' 국제적 망신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 '뻔뻔한 성차별주의' 국제적 망신
  • 채윤정 기자
  • 승인 2019.01.10 09:16
  • 수정 2019-01-10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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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배포 직후 비난 폭주
영국 가디언,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 비판 보도
교육부, 올 상반기 개정안 내놓겠다고 했지만
연구진 모집 조차 전혀 안 돼
학교 현장에서 ‘성교육 표준안' 외면받아
폐기 후 새 표준안 내놓는 게 해법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다. ⓒ뉴시스

한국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배포한 초·중·고등학생 대상 ‘성교육 표준안’이 국제 망신을 샀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뻔뻔한 성차별주의자: 한국의 성교육에 대한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교육부의 성교육 자료에 ‘여성은 예뻐야 하고, 남성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고 고등학생 대상 성교육 자료를 통해 학생들에게 “여성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공을 들여야 하고, 남성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가르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은 지난 2015년 3월 배포될 때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남성의 성욕은 여성에 비해 매우 강하다’, ‘남성과 여성은 뇌 구조부터 다르다’는 내용을 담아 문제가 됐다. 당시 예산 6억원을 들여 마련한 이 표준안은 배꼽티, 짧은 치마, 딱 붙는 바지 대신 치마를 입은 모습을 여성의 바른 옷차림으로 제시하는 등, 성교육 표준안이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부모와 여성단체 등에서 비판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지난해 3월 “하반기 성교육 표준안 개편안을 마련하고 자문회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개편안을 확정·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개편안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성교육 표준안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은 “개정안 마련을 정책연구과제로 선정해 3차례나 연구 과제를 발주했지만 응모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학생건강정보센터 사이트(www.schoolhealth.kr).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학생건강정보센터 사이트(www.schoolhealth.kr).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에 대해 ‘시대착오적이고 편향적'이라는 비난이 잇따르자 16년 6월 학생건강정보센터 사이트(www.schoolhealth.kr)에서 이 표준안을 아예 삭제해버렸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한국 교육부의 성교육 자료는 보급 직후부터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을 강화시키고,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난이 제기됐다”며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웹사이트에서 이 자료를 대중들이 못 보게 조치했을 뿐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연 과장은 “가디언에 보도된 내용은 교사들에게 배포한 성교육 참고자료였다”며 “2015년부터 몇 차례 수정되다보니 2017년 3월 안내된 내용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몇몇 대목을 삭제 후 수정한 표준안도 여전히 문제투성이로 지적된다. 성폭력 대처 방법으로 제시한 내용들이 대표적이다. 기존 표준안은 ‘이성친구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여행 갔을 때: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지 않는다’, ‘채팅 중 직접 보고 싶다며 만남을 제안할 때: 낯선 사람과 채팅은 가급적 삼간다’ 등 하나마나한 내용을 버젓이 제시하고 있었다. 수정 내용은 ‘부모님 안 계실 때 허락 없이 이성친구를 초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내용상 변함이 없고, 여성들에게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행동지침을 강조하는 관점도 변하지 않았다.

현장 교사들은 이 표준안에 대해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녀공학인 중학교 교사로 표준안에 대한 연구 발표를 한 적 있는 주윤아 교사는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성별 이분법적 관점”이라며 “성에 대한 접근 자체가 생식기, 임신·출산을 위한 몸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현재의 성교육 표준안이 “초등학생용 교재부터 모든 활동을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 짓고 있으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키우고 있다”며 “기존의 성교육 표준안은 개정이나 수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관점이 잘못 되어있어 폐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성평등 감수성을 길러줘야 할 학교 성교육표준안이 생식, 남성 성기 중심으로 성별 고정관념과 성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성폭력 예방법으로 (여성의) 거절에 초점을 맞춘 잘못된 방법을 제시한 데다, 남성의 성욕에 대한 통념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인권 침해적이며 차별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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