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만남] “폴란드로 간 북한 고아들, 역사적 상처였지요”
[여성신문-만남] “폴란드로 간 북한 고아들, 역사적 상처였지요”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1.10 14:52
  • 수정 2019-01-1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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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석 달째, 새터민 청소년 단체 관람 이어져
탈북소녀 송이와 함께한 폴란드행
“사랑은 어떤 상처도 치유”
산후 우울증 겪다 우연히 본 ‘꽃제비’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연출한 추상미 감독에게 이 작품은 운명과도 같다. 산후 우울증이 오던 시절 우연히 접한 '꽃제비', 이후 우연히 출판사에서 접한 전쟁고아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 작품은 탄생할수 있었다. ⓒ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연출한 추상미 감독에게 이 작품은 운명과도 같다. 산후 우울증이 오던 시절 우연히 접한 ‘꽃제비’, 이후 우연히 출판사에서 접한 전쟁고아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 작품은 탄생할 수 있었다. ⓒ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10월 추상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개봉했을 때 관객들은 놀랐다. 한국전쟁 당시 10만 여 명에 달했던 북한 고아가 있었고 이 중 1500명의 고아들이 폴란드로 보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관객들은 마치 숨겨져 있던 역사를 공부하는 느낌으로 다큐멘터리를 지켜봤다.

개봉한 지 2개월이 넘은 지금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137개 스크린으로 출발해 지난 9일까지 4만 8848명의 관객이 작품을 봤다. 지난해 11월 2018 빛가람국제평화영화제에서 여성 감독 최초로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을 받았다. 당시 영화제는 작품을 “한국 현대사에 이슈를 제기하고 전쟁의 상처를 사랑으로 승화한 평화의 기원이 담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말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탈북 청소년, 지역아동센터 청소년과 다큐멘터리를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추 감독은 요즘도 ‘폴란드로 간 아이들’ 때문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VOD(맞춤영상정보 서비스)와 IPTV(인터넷 TV) 등으로 볼 수 있지만 단체 관람 문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과의 대화(GV)에 참석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7일도 중앙대 접경인문학 연구단이 주최한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했다.

“요새는 영화 상영이 끝나면 공동체가 함께 관람하는 사례가 많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아동결연 단체나 새터민 공동체 등에서 계속해서 단체 관람 신청이 와요. 함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연대감이 생기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어요.”

추 감독은 관객들이 자신의 의도를 잘 파악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추 감독이 이 작품에서 상처를 키워드로 잡았다. 작품에는 다양한 상처가 담겨 있다. 전쟁고아 개개인이 안고 있는 상처와 전쟁이 준 역사의 상처가 있다. 산후 우울증을 딛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했던 추 감독의 상처도 담겨 있다. 이 겹쳐있는 여러 상처는 폴란드인들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치유된다.

“많은 분들이 상처에 공감을 해주셨어요. 지금 이 시대 사회적 분위기가 분열됐고 또 한쪽으로 치우치고 서로 장벽을 세우고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이런 분위기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은 소외되기 쉬워요. 그런데 관객들이 상처의 재조명에 대해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의 한 장면. ⓒ커넥트픽쳐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의 한 장면. ⓒ커넥트픽쳐스

추 감독은 이 작품이 한국전쟁이라는 소재를 담고 있는 만큼 이데올로기로 인해 관객이 편향적으로 볼까봐 걱정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이데올로기에 치우쳐서 보는 분이 안 계신 거 같아요. 언론에서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해 주셨어요. 그만큼 폴란드 사람들의 사랑이 숭고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념을 초월한 사랑에 감동을 한 거죠.”

추 감독은 전쟁고아를 향한 폴란드인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눈앞에서 직접 지켜본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폴란드인들은 고아들과 헤어진 지 65년이 흘렀지만 그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고아들에 대해 혈육 같은 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계셨어요. 상처의 연대를 봤어요. 상처를 겪지 않은 사람이 함께 울어주는 것도 많은 위로가 됩니다. 더 큰 상처를 가진 사람이 공감해 주는 건 정말 엄청난 치유의 능력이에요. 그런 과정을 보면서 저 스스로도 우울증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추 감독은 폴란드 선생님들이 고아들에게 자신들을 ‘아빠’, ‘엄마’라고 부르라고 한 이야기를 듣고 연민과 공감의 능력의 중요성을 느꼈다. 이는 모성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같은 감정이 사회에 있다면 어떠한 상처도 치유 될 수 있다는 추 감독의 믿음이었다.

“연민이라는 건 부족하고 상처가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성이 사회에서 합쳐졌을 때 이 갈라진 이 사회가 조금 더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요?”

'폴란드로 간 아이들'에 출연한 유제프 보로비에츠 프와코비체 양육원 원장. 1951년 한국전쟁 고아들을 돌봤다. ⓒ커넥트픽쳐스
'폴란드로 간 아이들'에 출연한 유제프 보로비에츠 프와코비체 양육원 원장. 1951년 한국전쟁 고아들을 돌봤다. ⓒ커넥트픽쳐스

세계 제2차대전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라는 큰 상처를 입은 폴란드인들이 한국전쟁을 겪은 고아를 돌봤다는 사실도 추 감독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추 감독이 동행한 탈북소녀 이송과 겪었던 작은 갈등도 폴란드인들 앞에서 눈이 녹듯 사라졌다. 북한에서의 과거를 묻는 추 감독 앞에서 이송은 마음의 문을 닫았다.

“폴란드 선생님이 65년 전 가르쳤던 아이가 생각난다면서 송이를 안아주니까 그냥 우는 거예요. 저의 잘못된 태도를 반성하게 됐고 깊은 상처에 대해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추 감독과 이송은 자신의 상처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어떻게 보면 송이와 저는 ‘작은 통일’을 경험한 것 같았어요.”

이제 추 감독의 그 다음 목표는 전쟁고아 소재 극영화 ‘그루터기’(가제) 제작이다. 현재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살다보면 사회의 아픔을 지나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연기를 통해서 그런 아픔을 분출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글이나 영화로 표현하는 게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책도 언젠가는 쓰고 싶습니다.”

추상미 감독은 사회가 점점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처를 바라보고 치유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웰스엔터테인먼트
추상미 감독은 사회가 점점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처를 바라보고 치유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웰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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