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젠더 이슈 탓 아냐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젠더 이슈 탓 아냐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1.08 17:32
  • 수정 2019-01-10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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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최저임금·
양심적병역거부 용어에 분노
“문 정부, 결코 여성친화적이지 않아”
여성혐오 조장하는 정당 등장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이 정부가 여성만 챙기는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주장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이 가진 사회·경제 등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확대재생산되는 성별갈등에 묻혀버렸다.

논란은 지난 연말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20대 남성 지지율이 전체 연령대별 남녀 계층 중 가장 낮게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2017년 80%대였던 20대 남성 지지율은 1년이 지나 29.4%까지(12월 10~14일 전국 2509명 조사) 떨어졌다. 2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이들의 지지율은 41%로, 20대 여성(67%)과 격차를 보인다. 공교롭게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취임 뒤 처음으로 긍정평가(45%)보다 부정평가(46%)가 높게 나타나자 일부 언론은 ‘데드크로스(Dead cross)’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0대 남성의 현 정부 지지율 급락에 대해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이 별다른 근거없이 젠더 이슈를 원인으로 제시하면서 실제 20대 남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이들의 문제의식은 실체도 없는 젠더 갈등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먼저 20대 남성들의 정치적 성향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기관 연구원 A씨는 “예전부터 2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 비해 더 보수성향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지난 정권을 보수, 이번 정권을 진보라고 한다면, 박근혜 정부 때는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20대 여성보다 더 높았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호감도가 모든 연령을 통틀어 가장 낮은 집단이 20대 남성”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의 주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 대표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가 남인순 의원을 성평등본부장으로 임명할 때 ‘메갈’이라면서 반기를 든 이들의 중심에 20대 남성이 있었다”면서 “대선 당시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20대 남성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에 반해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20대 여성에서 유독 높았다”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여성 지지율은 정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진전으로 평가하고 지지하는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A연구원은 “국정 지지도(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젠더 이슈 하나로 통틀어 얘기할 수 없다.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면서 20대 남성들의 의견을 단편적으로 재단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젠더 이슈가 분명 젊은 층에서 화제가 되고 있고 이번 정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늘고 페미니즘에 조금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불만이 일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슈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히려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논란, 연초의 가상화폐 규제정책 등에 불만이 특히 20대 남성들에 영향을 많이 미쳤고, 일자리 정책과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더욱 강하게 반응한다고 본다. 즉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다 연관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A연구원은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 하락은 이미 지난해 중순 무렵부터 누적된 결과다. IMF 때보다 취업이 더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특히 20대 남성이 할 수 있는 알바 자리도 많이 줄었다. 또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이 크다”고 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여성을 챙긴 게 없다는 비판이 많다. 신율 교수는 “페미니즘 정책이란 것을 취한 바 없는 정부가 젠더가 원인이라는 식의 분석에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가 여성 장관 30%를 임명한 것 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다. 미투운동을 비롯해 불법촬영물과 웹하드카르텔 대응 태도는 미온적이었고, 공약이었던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는 논의가 중단됐다. ‘불편한용기’의 혜화역 집회에 참석했던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교체는 사실상 경질로 받아들여지면서 여성친화적 정부라는 이미지도 크게 퇴색됐다.

그나마 지난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당시 남성·아동 등 다양한 성폭력 피해자를 포괄하는 내용이었으나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구를 수정하면서 피해자의 범위가 여성으로 좁혀졌다.

이처럼 여성 정책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여성혐오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정치 세력도 기승을 부린다. 바른미래당은 여성혐오를 이용해 20대 남성 잡기에 뛰어들어 노골적인 편가르기에 나섰다. 하태경 의원은 여성혐오 가사로 비판을 받은 래퍼 산이의 ‘페미니스트’를 추천하는가 하면, ‘워마드’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노골적으로 성별 갈등을 부추기고 나아가 여성가족부 해체까지 거론하고 있다. 반면 20대 남성이 겪고 있는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약속은 찾아볼 수 없다.

1월 첫째 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주간 집계)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4%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긍정평가했다. 부정평가는 48.2%를 기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1월 첫째 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주간 집계)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4%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긍정평가했다. 부정평가는 48.2%를 기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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