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기순 이사장 “자해하는 아이들, 공감부터 해주세요”
[인터뷰] 이기순 이사장 “자해하는 아이들, 공감부터 해주세요”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9.01.11 09:58
  • 수정 2019-01-1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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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30년 여성·가족 정책 몸담아
위기·학교 밖 청소년 지원 앞장
SNS에 ‘자해 인증샷’ 범람
자살과는 다른 현상
35만명 달하는 학교 밖 청소년
‘다른 선택’으로 인정하라
지난해 11월 12일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이 제10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자녀의 자해 사실을 알게 되면 섣부른 충고를 하거나 ‘하지마’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부정적인 정서를 ‘있는 그대로’ 공감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신의 몸을 상처내는 자해 문화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손목을 긋거나 팔에 상처를 내고 이를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자해 인증’도 문제다. 인스타그램에 ‘자해’를 검색하면 5만3000여개의 ‘인증샷’이 올라올 정도다. 지난해에는 ‘자해 사진’의 확산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소년상담과 복지를 총괄·지원하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하 개발원) 이기순 이사장은 “자녀의 자해 사실을 알게 되면 섣부른 충고를 하거나 ‘하지마’라고 윽박지르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해 동기나 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해 청소년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를 ‘있는 그대로’ 공감해주는 노력이 자해를 막을 수 있는 더 좋은 해결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개발원은 최근 ‘자살 및 자해 청소년 상담 방안 연구’를 통해 자해 청소년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이나 긴장이 높은 경우’에 자해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확인했다. 특히 자해 시도 후에는 “편안해지고 때로 살아있는 감정을 느낀다”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이 이사장은 “청소년 자해는 죽으려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목적과 동기를 가지기 때문에 기존 자살 개입 방법과는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발원은 자해 상담 개입 매뉴얼을 별도로 개발해 올해부터 전국 228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보급하기로 했다.

이 이사장은 여성가족부의 전신인 정무 제2장관실 시절부터 30년간 여가부에 몸담아 온 여성·가족 정책 전문가다. 여가부 여성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을 거친 그는 공모 절차를 거쳐 지난해 11월 개발원 이사장에 임명됐다. 개발원은 여가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지원과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한다. 폭력 피해를 입거나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최일선 기관인셈이다.

급속히 번지는 ‘자해 인증’을 비롯해 지난해 인천 연수구 다문화청소년의 자살, 부산의 중학생 집단폭행 등 최근 발생하는 청소년문제는 생명과 직결된 위험한 경우가 많다. 이 이사장은 “경찰청, 교육청, 보호관찰소 등이 연계하는 지역사회청소년사회안전망(CYS-net)이 잘 작동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CYS-net 운영을 지자체 관련 부서가 맡는 만큼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기관 간 협업이 잘 이뤄지도록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CYS-net 사업을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꾸는 작업도 필요하다.

35만명(여가부 추정)에 달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 사회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돕는 것도 개발원의 몫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비행청소년이나 사회부적응자로 보는 차가운 시선이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이다. 개발원이 진행한 ‘학교 밖 청소년 권리침해 사례 공모전’에 제출된 사례를 보면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이사장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행사지만 참가 자격을 ‘학생’으로 한정한 경우가 많아 ‘학교’라는 소속이 없다는 이유로 수상이 취소된 경우도 있었고, 대입 수시전형에서 생활기록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생활기록부가 없는 학교 청소년은 수시전형의 기회도 적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여럿 만나보니 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학교 밖 청소년이 더 지원받아야 하는 ‘특별한 청소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선택을 한 청소년으로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의 ‘젠더격차’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개발원은 올해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상담개입 프로그램을 개발해 청소년의 젠더격차 해소와 올바른 성인식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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