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 ‘여성 출입 금지’ 위헌 판결에도
힌두 우익단체와 보수 신도들 결사 반대

인도 여성 500만명이 힌두사원에 여성 입장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620km 길이의 인간 띠를 만들었다. ⓒBBC 캡처
인도 여성 500만명이 힌두사원에 여성 입장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620km 길이의 인간 띠를 만들었다. ⓒBBC 캡처

인도 여성 약 500만명이 힌두사원에 여성 입장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며 620km 길이의 인간 띠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일(현지시간) BBC 등은 이날 오후 인도 남부 케랄라 주에서 여성 500만명이 인간 띠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주 전역에서 모인 여성들은 케랄라 주 북단 카사라고드로부터 남단 티루반타푸람까지 도로에서 어깨를 맞대고 서서 인간 띠를 만들었다. 주 정부는 당초 300만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참가자수는 이를 훨씬 넘어섰다.

이번 시위는 사바리말라 힌두사원이 여성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데 항의하기 위한 것으로 좌파성향의 케랄라 주 연립정부가 조직했다.

케랄라 주에 위치한 사바리말라 사원은 해마다 2000만명 이상 순례객이 찾는 대표적인 힌두교 성지다. 인도 대부분의 힌두사원은 생리 중인 여성의 출입만 막는 것과 달리 이 사원은 10대부터 50대 가임기 여성의 입장을 전면 금지해와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인도 대법원은 “사바리말라 사원이 가임기 여성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여성 입장을 결사반대하는 힌두 우익단체와 보수 신도들이 사원 입구를 막고 방화, 분신자살, 폭행 등 폭력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대법원 위헌 판결에도 아직까지 이 사원에는 단 한명의 여성도 입장하지 못하고 있다.

힌두교는 관습적으로 생리 중인 여성을 깨끗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상태라 여겨 왔다. 힌두교 전통주의자들은 순결을 지키는 남신 ‘아야파’를 모시는 사바리말라 사원의 특성상 가임기 여성 출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카비타 다스씨는 BBC와 인터뷰를 통해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사바리말라 사원에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들이 관습 때문에 사원에 들어가는 걸을 금지당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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