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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 벌로 한 달을 입을 수 있고 며칠 동안 머리를 안 감아도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다지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큰 이점이 돼죠.”

여고 2년생 정다영씨가 지난 2001년에서 2002년에 걸친 겨울방학 동안 가족들과 함께 이슬람 국가들을 배낭여행 한 내용을 모은 여행기 <다영이의 이슬람 여행>(창작과비평사)을 펴냈다.

다영이는 “방학중에도 학교에 나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공부에 여념이 없는, 입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일 뿐”이라며 자신을 소개하지만 그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주최한 전국논문대회(2001)에서 고등부 금상을 받고 법무부 주최 전국중고등학교 영어말하기대회(2002)에서도 상을 탄 경험이 있을 정도로 재능이 많다.

여행기간 동안 다영이가 다녔던 이슬람 국가들은 9·11테러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불안하고 위험한 지역이었다. 평화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문화유적지를 둘러보고 오는 보통 배낭여행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뿌리 깊은 증오와 저항의 실체를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처절한 모습과 비참한 생활 환경, 그리고 어린이들의 열악한 교육 여건을 보며 세계를 지배하는 강대국의 논리와 약소국의 힘겨운 저항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요르단과 터키, 이집트로 이어지는 여행길에서 다영이는 항상 두 손에 세계사 교과서를 들고 있었다.

“세계사 교과서에서 찾아간 지역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 그것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세부적인 사실을 보충하곤 했어요. 역사적 사실들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죠.”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다영이는 우리 세계사 교과서의 서구 편향주의와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잡은 근대화 제일주의를 비판할 수 있는 눈을 키우게 됐다.

“9·11 테러사건 이후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졌습니다. 이 책이 학생들이 이슬람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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