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73) 필리핀 대통령이 10대 시절 가정부를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발언하면서 여성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12월 3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마닐라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남부 코타바토주 키다파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여해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범죄 문제를 비난하며 자신의 고해성사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10대 시절 가정부가 잠 자던 틈에 방에 들어가 이불을 들추고 성추행을 하려고 했다”며 “가정부가 깨는 바람에 화장실로 피신했다가 다시 들어가 그녀를 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해성사를 담당한 신부는 나에게 주기도문과 성모 송을 각각 5분간 암송하라고 했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어린시절 고해성사 시간에 신부에게 성추행 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톨릭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지적하며 “나를 욕하기 전에 가톨릭 교회 자체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의 적이 되고 계속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인구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나라로 가톨릭 교회의 힘이 막강한 데도 그는 그동안 가톨릭 교회를 위선적인 기관이라고 비난해왔다. 그는 최근 자신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유혈 전쟁’ 과정에서 재판 없이 처형이 진행되는 것을 현지 가톨릭 성직자들이 비판하자 “가톨릭 주교들은 쓸모가 없으니 죽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두테르테는 이에 앞서 2016년 대선유세 연설에서 한 호주 선교사를 성폭행하고 싶었다고 말해 공분을 산 바 있다.

이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성추행 고백에 필리핀 여성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단체 가브리엘라는 성명을 통해 “두테르테의 행동은 성폭행 미수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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