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포천중문의과 대학 산부인과 예방의학 교실 교수

요즘은 태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그를 조기 영재교육화하며 과대하게 이용하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이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하여 여성의 몸을 본격적으로 살피기 전에 태교 문제와 태아의 청각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 이번 호에서는 특히 태아의 청각을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태아가 들을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심각하게 많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당연히 그런 것이 아닌가 라고 심지어는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대답할 것이다. 혹시나 가끔 의심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예로부터 우리 전통문화에서는 태교가 중시되고 생활의 일부였던 만큼 많은 분들이 별 의심 없이 태아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태아는 청각이 있다. 이것은 머지 않은 미래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태교가 시행 가능하리라는 추측을 갖게 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물론 철학적으로 서양에도 태교에 대한 발상이 있었지만) 19세기말까지도 태아가 들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별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따라서 태아에겐 청각이 없으리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1925년 파이퍼 박사가 자동차 경적을 이용해 태아가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발견한 이래로 탄생 전의 태아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그 후 여러 학자들이 초인종이나 딱딱이(캐스터네츠) 등 소리를 내는 기구를 이용해 태아가 듣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태아의 청각을 과학적으로 논할 때 먼저 생각할 것은 발생학적인 측면이다. 이미 임신 4주가 되면 귀 부분이 배아(임신 10주 이전의 태아를 지칭함)에 보이고 24주가 되면 내이의 형성이 완성된다. 신경계통도 초기 태아 시기에 발달돼 34주가 되면 청각 신경이 신생아의 정도에 이르게 된다.

그 동안의 산부인과적 연구의 발전을 살펴보면 태아 청각의 선두 연구학자였던 손타그나 월러스 같은 학자들은 귀가 완전히 발달되는 임신 31주 정도가 돼서야 태아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번홀츠나 베르나세프 등의 다른 학자들은 임신 24주나 25주 경에도 태아가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연구했고, 28주면 태아가 충분히 듣는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태아는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엄마의 심장 소리, 장 운동 소리, 자궁으로 가는 혈류 소리 등은 기본적으로 하루 24시간 함께 하는 소리고, 그 외 엄마 몸 밖에서 들리는 소리, 즉 아침의 자명종 시계소리, 엄마가 샤워하는 소리, 그릇 부딪치는 소리부터 자동차 소리, 음악 소리, 심지어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까지 다양하게 엄마와 함께 듣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한번 아가들의 청각을 고려하는 엄마, 아빠, 가족, 그리고 이웃이 돼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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