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표의 불균형성’ 해소 위한
합리적인 장치, 연동형 비례대표제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치권이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다. 소수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관철시키기 위해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전체 의석을 정당 득표만큼 배분하는 제도이다. 정당이 얻은 득표만큼 의석을 확보해야 비례성과 대표성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선거제도 자체가 왜곡되어 거대정당이 소수 정당 보다 유리하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은 25.5%의 정당 득표를 했지만 실제 의석율은 41.0%로 무려 15.5%나 더 많이 얻었다. 원래는 79석을 배분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123석을 획득해 44석을 더 얻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도 마찬가지다. 33.5%를 득표해 원래 104석을 가져가야 하지만 122석(+18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 당은 26.7%을 얻어 89석을 차지해야 하지만 38석을 얻는데 그쳐 무려 45석이나 덜 배분받았다. 정의당도 7.2%를 득표해 23석을 확보해야 하지만 6석을 얻는 데 그쳐 17석을 손해 봤다.

기존 선거제도는 분명 거대정당에게 유리하고 소수정당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런 왜곡된 ‘표의 불균형성’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장치다. 야3당은 이 제도의 최대 장점으로 사표(死票)를 줄이고 비례성을 강화하며 극단적 양당 대립정치에서 벗어나 다당제와 협치를 제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심도 호의적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2018년 11월 20~22일), 이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물은 결과 42%가 ‘좋다’, 29%는 ‘좋지 않다’고 답했으며 29%는 의견을 유보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37%)과 가정주부(40%)에서 의견유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논의 중이다. 공통적인 것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할 경우, 지역구 200석, 비례구 100석의 2대 1로 조종하는 안이 논의 중이다. 의원 정수를 늘린 경우, 비역구 220명, 비례구 110명 등으로 조장하는 안도 제시됐다. 어떤 방안이 채택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이 늘면 비례대표 50%을 여성으로 할당해야하기 때문에 여성 의원들의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 날 전망이다. 현재의 17%에 해당되는 여성의원 수가 20%를 넘어 설 수도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 갤럽 조사 결과,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세비 총 예산을 유지한다면 의원 수를 늘려도 된다’가 34%, ‘늘려서는 안 된다’ 57%로 나타났다. 문제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될 경우, 의원 정수를 비록 300명으로 고정해도 초과 의석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결과를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41석,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11석, 국민의 당은 호남에서 7석 등 59석의 초과 의석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 의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국민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초과 의석 못지않게 비례대표 공천 방식의 투명성도 문제다. 정의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은 철저히 밀실에서 진행됐다. 따라서 비례대표 순위가 어떤 기준으로 이뤄졌는지 국민들은 모른다.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는 만큼 후보자 선정에서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독일에서와 같이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의 녹취록을 후보자 명부 제출 시 중앙선관위에 함께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2019년 새해에는 표의 비례성 못지않게 여성의 대표성이 실질적으로 제고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기대한다. 여성 혐오 사회에 분노하면서 여성 차별 철폐를 부르짖는 ‘불편한 용기’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될 수 있는 선거 제도 개혁을 바란다. 이것이 정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