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적 포용사회를 위한 기반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2018년은 각 분야에서 성차별 사회의 부조리와 불편부당함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꺼번에 터져 나온 해였다. 故장자연 사건, 서지현 검사의 폭로, 한샘과 현대카드 사내 성폭력 사건 고발, 직장갑질 119에 토로된 숱한 성희롱·성폭력, 성차별 채용 비리 등 한꺼번에 터진 듯해 보이는 많은 여성들의 미투(Metoo)! 외침은, 오랫동안 가정, 학교, 직장, 거리, 온라인 상에서 여성들이 겪어온 문제가 더 이상 참기 힘든 임계치에 다다랐음을 의미했다. 노동시장과 기업 조직에서 여성의 양적 비중과 역할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의 진입, 경력 형성, 성과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기회, 지위와 대우를 향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많은 우려가 있다. 출산과 육아 시기 여성 노동시장을 이탈하여 나타나는 노동시장 참여 패턴인 ‘M자 형’을 출산과 양육의 무게를 극복하지 못한 나약한 여성의 의지로 몰면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등 일터의 여성 위해와 혐오 환경을 간과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정책 분야의 국가비전으로 ‘모두를 위한 나라, 다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한 뒤, ‘포용’은 국정의 핵심적 가치가 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도 내년도 업무 계획을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평등 포용사회 실현’을 목표로 세웠다. 여성가족부가 2019년 중점적으로 추진할 3대 과제는 성평등 사회 기반 마련, 가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실현, 청소년 보호‧성장을 돕는 지역사회 조성이다.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공약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3대 과제 중 ‘성평등 사회 기반 마련’은 성평등 포용사회 실현에서 중요한 업무이다.

그런데 성평등 사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인지 의심스럽다. 뿌리 깊은 성차별적 인식을 개선하고 성평등한 관점을 키울 수 있는 성평등 사회 기반 마련을 위해 여성가족부는 정책 추진체계와 범정부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에 성평등 전담기능을 강화하여 소관기관이 책임지고 성평등 정책을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성평등 전담기능이 예산과 조직으로도 강화될 예정인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미투 운동 대책은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점검단’의 운영을 활성화하여 대책의 ‘수립-이행-점검-환류’ 시스템을 확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투 운동에 대한 정부 대응과 활동을 내년에도 ‘점검단’의 형태로 이어나가겠다는 듯하다.

성평등 사회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성희롱·성폭력, 성차별 문제에 대한 대응을 상시화할 수 있는 전담기구와 추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시적인 대응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부처, 기관, 학교, 사업장 내 전담기구를 마련하고, 이러한 기구들이 실질적으로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고 사회 각 분야의 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 주어야 한다. 성희롱·성폭력뿐만 아니라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이 전담 기구가 해야 할 일은 성별과 세대를 아울러 성평등 문화를 만들고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소통과 참여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성평등적 포용 사회 실현의 낙수(落水)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떨어진다는 이해와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 생활에서,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지역 사회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성차별과 성평등이 무엇인지 소화시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다 근절하겠다는 조급한 약속보다는, 지속가능한 형태의 성평등 사회 기반 마련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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