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관련 경제정책
80쪽 중 불과 2쪽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기업인 육성 등
대통령 핵심 공약이었지만
이번 대책에선 빠져

‘시간제 근로자
채용지원금’ 확대가
경력단절 해결책?
전 정부 정책과 차별성 없어
‘고용 지속’으로
정책 패러다임 바뀌어야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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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정부가 80쪽 규모로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 중 여성 관련 정책은 2쪽에 불과하다. 여성계에서는 “정부의 초반 정책 목표가 완전히 실종되고 있다. 특히 성별임금격차 해소는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데 정책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비판에 나섰다.

이번에 제시된 여성 관련 경제 정책의 주요 내용은 ▲여성친화일자리 1만8000개 확대 ▲고용보험 미적용 여성에 출산급여 신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유급 10일로 확대 ▲아빠육아휴직 보너스 상한 인상 등으로, 정부가 그동안 노동시장 성차별 해소를 위해 강조해왔던 ‘성별임금격차 완화’, ‘여성기업인 육성’ 등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전반적인 성별영향평가나 성인지 예산 등이 반영된 정책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2.6~2.7%의 수준을 유지하고, 취업자 수는 15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률은 2018년(66.7%)과 비슷한 66.8%로 전망했다. 경제정책 핵심 키워드는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 등이 언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성별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대로 완화 ▲동일가치‧노동의 동일임금 법제화 ▲여성청년고용의무할당제 확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17년 OECD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4.6%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경력단절 해결책으로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해 여성의 노동을 주변화했던 정책들과 차별성이 없다”며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이 또다시 ‘저임금 일자리’로 바닥을 까는 형태로 갈 위험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돌봄노동’이 여성친화일자리?
“질 낮은 일자리 늘리고
성별직종 분리 강화” 우려

‘여성친화일자리 1만8000개 확대’ 또한 돌봄노동 일자리 공급에 치우쳐 있어, 질 낮은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발표 내용을 보면, 돌봄서비스 등 ‘여성친화일자리’는 2018년 12만명에서 2019년 13만9000명으로 확대된다. △아이돌봄(2만3000명→3만명) △노인돌봄(3만6000명→3만8000명) △장애인활동지원(6만2000명→7만명) 등이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은 “돌봄노동 관련 정부의 일자리 공급은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재취업 시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한다”며 “‘여성친화일자리’ ‘여성적합일자리’ 등의 용어 또한 성별직종 분리나 임금격차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 정부가 일자리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도 성인지적 관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윤옥 대표는 “노동시장에 들어온 여성들이 유지되고 새로 유입되려면 일자리 질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 패러다임이 ‘고용 지속’으로 바뀌지 않으면 여성 고용률은 증가하지 않으며 들어와도 다시 빠져나간다”고 이번 경제정책방향 중 여성 관련 내용의 미흡함을 비판했다.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등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책에 대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근로자 채용지원금’을 확대한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월 60만원에서 70만원, 대규모기업의 경우 월 3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늘린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이 경력단절 여성 재고용 시 세제지원을 확대한다. 2년간 인건비의 30%(중견기업 15%)를 소득세(또는 법인세)에서 공제 지원한다. 또 현재 임신‧출산‧육아에 한정된 경력단절 인정 사유에 결혼‧자녀교육을 추가하고, 동일기업의 재취업 요건을 강화한다.

저출산‧고령화 대응 부문에선 일하는 여성의 출산‧육아 부담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상 출산휴가급여를 받지 못했던 임시‧일용‧특고‧자영업 여성에게도 출산급여가 지급(90일간 최대 150만원)된다. 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을 확대하고,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직장어린이집을 확대한다. 근로시간 1시간 단축시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한도 월 200만원)하고,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까지 의무설치 대상과 함께 중소기업 설치지원 확대를 검토한다.

이밖에 ‘배우자 출산휴가급여’를 현재 사용기간 5일(유급 3일+무급 2일)에서 유급 10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에 한해 5일의 임금을 지원한다. ‘아빠육아휴직 보너스’ 상한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린다. 2019년 중 어린이집 550개소, 유치원 1000개 학급 이상 신‧증설을 추진한다.

경찰·군부사관·소방공무원
‘현장 민생 공무원 확충’
여성 고용률 영향 미미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까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현장 민생 공무원 17만4000명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명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 30만명 등이다.

이중 여성 고용률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무엇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소득주도 성장과 여성 일자리 연계방안’에 따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은 대부분 여성이 집중된 일자리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 지원인력, 보건의료인력 등이 해당된다. 다만 최저임금, 주휴수당, 초과근로수당, 연차휴가 등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어려운 체계로 되어 있는 구조와 일자리의 낮은 질은 여전히 개선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규모상 ‘정규직 전환 과제’ 또한 여성 일자리 증가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비정규직 비율 중 여성(55.2%, 통계청, 2017)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성별 분리통계가 따로 없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어떠한 성별 편향성과 효과를 불러올지 평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2만3000명), 군부사관(2만6000명), 소방(2만명) 등 ‘현장 민생 공무원 확충’의 경우 대부분 남성 비율이 높은 직종으로 여성 고용률 향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방공무원 전체 4만5190명 중 여성은 3273명으로 7%에 불과하다(소방청, 2017). 경찰청 순경 일반 공채의 경우 20%를 여성으로 선발하는 등 여성인력 확대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으나, 2016년에야 겨우 여성 비중 10%를 넘겼다. 국방부의 경우 2020년까지 여군 부사관 비율을 5%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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