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있는 그 곳에 사람이 산다]① 목포 ‘괜찮아 마을’
참가자 70%가 여성
6주간 프로그램 마친 후
채식식당 등 창업 나서

괜찮아 마을에서 6주 동안 함께 생활했던 1기 참가자들 ⓒ괜찮아 마을 제공
괜찮아 마을에서 6주 동안 함께 생활했던 1기 참가자들 ⓒ괜찮아 마을 제공

목포시 측후동 1-1 3층 건물. 예전에 우진장여관으로 사용되던 낡은 건물이 삶의 길을 찾는 청년을 위한 공동체 마을로 변신했다.

유달산 자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 원도심.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20~30대의 청년들이 여름, 겨울 6주씩 함께 지내며 새로운 기회와 꿈을 발견하는 괜찮아 마을이 자리 잡았다. 지난해 여름 처음 생겨 1기당 30명씩 모두 60명이 거쳐 간 이 마을 주민의 70%가 여성들이다. 취업이 어렵고 살기가 팍팍하다는 것은 청년 누구나 하는 이야기지만, 특히 취업 현장에서 좌절한 여성들이 이 마을에 손을 내밀었다.

 

목포 '괜찮아 마을'을 운영하는 공장공장 박명호 공동대표. ⓒ괜찮아 마을 제공
목포 '괜찮아 마을'을 운영하는 공장공장 박명호 공동대표. ⓒ괜찮아 마을 제공

박명호(32) 괜찮아 마을을 운영하는 공장공장 공동대표는 “여기 오는 분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여성분들이 직장 생활하면서 직장 내 차별 등으로 더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아요. 남성들과 대우 면에서도 차이가 있구요. 그래서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다고 했을 때 공감대를 크게 느껴 여성분들이 더 많이 지원한 것 같아요.”

이 마을이 자리잡은 측후동과 유달동은 한 때는 번성했다 현재는 퇴락해가는 마을이다. KTX 옆이라는 지리적 장점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많지만 주로 60대로 가게를 운영하거나 소일거래 등을 하면서 지낸다.

2018년 봄 박명호 대표가 홍동우 대표(33)와 함께 이 곳에 들어오고 그들이 펼치는 프로그램을 찾아 청년들이 찾아오면서 마을은 활력을 얻었다.

박 대표는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 두고 2014년부터 서울에서 ‘익스퍼루트’라는 여행사를 운영해왔으며, 2017년 1월 제주도 바닷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빌려 괜찮아 마을의 전신격인 ‘한량유치원’을 오픈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한량유치원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숙소’ 컨셉트의 쉐어하우스로, 공간이 괜찮아 마을보다 더 컸으며 거주자들이 창업 프로젝트들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49일 동안 참가자들은 무려 700여명에 달했다. 그때 한량유치원을 방문했던 한 시인이 지금 괜찮아 마을이 자리잡은 건물을 20년 장기 임대해줬다. 박 대표는 이에 이곳을 ‘인생에서 실패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쓰기로 했다.

 

20~30대 청년들을 위한 '괜찮아 마을'에서 6주 동안 함께 한 참가자들. ⓒ괜찮아 마을 제공
20~30대 청년들을 위한 '괜찮아 마을'에서 6주 동안 함께 한 참가자들. ⓒ괜찮아 마을 제공

먼저 여관만 가지고는 공간이 부족해 경양식집 로라등 주변 3층 건물 2채를 더 임대해 총 3채의 건물을 마련했다. 이후 건물을 예쁘고 편리하게 재정비했다.

괜찮아 마을은 교육, 창업, 정착을 3개의 축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유공간인 괜찮은 집이 있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대안학교인 괜찮은 학교와 실패 연습소인 괜찮은 공장이 있다.

이들 공간은 모두 함께 살기가 기본 개념이다. 먼저, 지역살이 체험을 위한 셰어하우스 <괜찮은 집>은 거실을 공유하고 각자 방을 사용한다. 부엌에서 함께 요리하고 목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옥상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새 이야기하다 쓰러져 잠들기도 한다. 따로 또 같이 매일 동네 산책을 하며 지역을 알아간다. 식사 준비는 큰 몫을 차지한다. 아침에 측후동 주변에서 열리는 전통시장을 찾아 장을 본다. 비용도 아끼고 지역 사회와 교류하기 위해서다. 괜찮은 집 식당은 마을 주민과 이웃 시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마을 식당이다. 먹고 자고 쉬면서 기운을 차리면 일도 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하고 창업할 수 있는 <괜찮은 공장>에서다.

괜찮은 공장에는 30개의 책상을 놓은 공유 사무실과 섬 특산물을 브랜딩 해 판매하는 전문 상점, 그리고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4개의 기간제 공유 가게가 있다. 물론 갑자기 창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청년 인생 리셋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삶과 일을 상상하게 교육하는 괜찮은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강의실, 소강의실, 공방, 요리 스튜디오를 갖췄다.

노래를 만들어 앨범을 내고, 동네 어르신들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 지역 명물인 쑥떡을 패키지화해서 판매하기도 했어요. ‘채식주의자의 밥 한 끼라는 컨셉트를 잡아 하루 식당을 진행하면서 돈도 벌었는데 이틀 동안 재료가 전부 소진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괜찮은 학교의 공간 구성도. ⓒ괜찮아 학교 제공
괜찮은 학교의 공간 구성도. ⓒ괜찮아 학교 제공

 

괜찮은 집 식구들은 그렇게 전국 일주 여행과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서로 머리도 잘라주며, 캠프파이어도 하고, 춤을 배워 마을 공연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집수리도 배우고, 목포 주변 섬들을 탐색한 후 책에 담았고, 공간공간이 진행하는 문화 기획 일과 매거진 섬잡지를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목적 없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마을이예요. 이 마을에서는 비슷하다고, 다르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아야 해요.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자신에 대해 나이나 무슨 일을 했었는지 알리지 못 하게 하고, 존댓말을 쓰게 해요. 6주가 끝나고 자신의 나이를 밝히고 전에 프로그래머였다, 반도체 회사에 다녔다 등 전 직업을 말하며 서로에 대해 놀라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이 마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작은 성공을 경험하고 사회에 나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2018년 여름 6주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기 졸업생들 중 창업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특히 목포에서 창업하기로 하는 사람들이 여럿 생겨나 지역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1기 프로젝트는 10월 말 끝나면서 참가자 30명 중 21명이 목포에 남았다.

박 대표는 “1기 참가자들 중 4명이 목포에서 1월에 채식 식당을 오픈할 계획이예요. 이들 중 여성이 3명입니다. 참가자 중 버려지는 제품들을 제품화해 판매하는 업사이클링 사업을 준비하시는 분도 있고, 펍이나 체험전을 여시려는 분도 계세요.”

처음에는 마음의 위로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6주 동안 함께 생활하는 청년 공동체 마을인 목포 ‘괜찮아 마을’에 참여했던 참가자들. ⓒⓒ괜찮아 마을 제공
6주 동안 함께 생활하는 청년 공동체 마을인 목포 ‘괜찮아 마을’에 참여했던 참가자들. ⓒⓒ괜찮아 마을 제공

박 대표는 괜찮아 마을은 요즘 20~30대 청년들이 너무 힘들다는 데서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괜찮아 마을의 이야기는 별거 아닌 이야기로 시작해요. 제 주위에 가까운 친구 7~8명이 자살을 선택했어요. 요즘 군대에서도 자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어렸을 때 우리는 교통사고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자살을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해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4.3명으로, 특히 지난해 10~30대는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특히 20대 사망의 44.8%가 자살일 정도였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11.6%를 차지했고 취업자 가운데서도 비정규직이 35.7%로 나타났다. 이런 청년들에게 살아보자”,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아라고 손을 건네는 게 괜찮아 마을이다.

지난해 괜찮아 마을 운영은 행정안전부 예산 66000만원을 지원받아 참가자 60명이 모두 무상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박대표는 현재 20193기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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