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관통도로 막아낸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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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힘이 모아지지 않았다면 벌써 북한산을 뚫고 도로가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우이령보존회 박선경(43) 사무국장은 북한산 국립공원·수락산·불암산 관통도로 저지 시민대책위에서 일하면서 ‘뜻이 모이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지난 97년부터 꾸준히 벌여온 북한산 관통도로 저지운동이 올해 들어 결국 성과를 얻었기 때문.

“노무현 당선자로부터 관통도로 공사중단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며 “겨울에 공사 현장에서 촛불을 켜고 나무에 불을 지펴 밥을 해 먹으면서 반대시위를 하던 기억이 추억처럼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감회에 젖는 박 사무국장.

방송통신대학 국문과에 다니고 있는 박 사무국장은 북한산 관련 일에 매달리느라 졸업논문을 써 놓고도 몇 학기째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

“학력과 나이, 성에 관계 없이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관통도로 반대운동을 시작하면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논문은 박사급’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아직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후회가 전혀 없다는 표정이다.

“2016년이면 온 국토가 바둑판 도로로 갈려진다고 합니다. 이는 네모난 도로 안에 사람과 자연이 갇혀 살게 되는 걸 의미합니다. 이젠 도로를 개발이 아닌 자연이라는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시골에서 소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꿈을 갖고 있던 그가 관통도로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이 운동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곧 제2의 북한산 관통도로가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 섞인 전망 때문이었다.

박 사무국장은 “수도권의 녹색줄기인 북한산을 관통하면서까지 도로가 만들어진다면 어느 산골에 가더라도 자동차를 위한 도로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다”며 “여기를 막지 못하면 다른 어떤 곳도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박함에서 이 운동에 매달리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후배 활동가들에게 문화도 환경의 일부라는 인식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산과 자연을 지키는 것은 그 안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이며 문화적 자존심을 지키는 것과도 연관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박 사무국장은 “시간이 지나면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서 터를 잡고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오손도손 살고 싶다”며 “지역운동을 하면서 정신적인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쉬면서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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