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편파판결·불법촬영 6차 규탄시위
주최 측 추산 여성 11만명 모여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폭염도 한파도 이들을 막지 못했다. 불법촬영 범죄와 경찰의 편파 수사, 재판부의 편파판결을 규탄하는 여성들이 또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5월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처음 시작돼 ‘혜화역 시위’로도 불린 집회는 여름을 지나 겨울까지 이어지며 2018년 한 해 동안 여섯 번이나 도심을 뜨겁게 달궜다.   

12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불편한 용기’ 주최로 ‘6차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진행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 9번 출구를 포함한 모든 입장 통로가 마비됐다. 주최 측 추산 이날 오후 6시 기준 11만명이 모였다. 6차 시위까지 총 36만명이 참가했다. 앞서 불편한 용기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시위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인 만큼 시위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수많은 여성들이 한파를 녹이는 뜨거운 마그마가 돼 역사의 산증인으로 함께했다.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편한 용기는 앞서 “우리는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범죄, 수사·판결상에서 이뤄져 온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시위를 열었다”며 “이 시위가 시작된 지난 5월부터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불법촬영물은 버젓이 유통되고, 변함없는 남성 기득권에 의한 여성혐오 사회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시위에선 구호 및 노래 제창이 진행됐다. 여성들은 “성차별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못 잡는 척 삭제 못 해 X병한다” “알고 보니 웹하드랑 손 잡았네” “여자 팔아 쌓아 올린 아이티 강국” “유작마케팅 웹하드사 양진호” “웹하드사 지배했던 SK 최태원” “대한민국 웹하드 대표이사 청와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유작마케팅’이란 불법촬영물 유출 피해자인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영상에 유작이라는 제목을 달아 다시 유통되는 일을 말한다. 지난 10월에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 사실과 불법 음란물 수만 건을 유포한 혐의 등이 드러났다.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열린 ‘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 삭발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열린 ‘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 삭발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삭발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주최 측은 “지난 시위보다 특별히 삭발 신청 인원이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머리를 삭발한 한 참가자는 “최근 드러난 웹하드 카르텔 문제를 보면서 진정 국가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정부는 지금 당장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안들을 통과시켜라”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일부 남성들이) 대한민국 여성의 일상을 소비하고 유통하며 돈을 벌었고, 그 돈은 각계각층에 뿌려져 거대한 세력을 만들고 남성 기득권을 강화시켰다”며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로 작은 용기를 실천하겠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불편한 용기가 여성들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결국 세상을 움직일 것”이라고 외쳤다.

이들은 웹하드 카르텔을 여성 착취 성 산업으로 규정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무엇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전선을 간다’ 노래를 개사해 “젊은 여성 숨져간 그때 그 자리 야동을 본 남성. 여자로 돈 버는 웹하드 카르텔 분노의 전선을 우리는 간다”라고 불렀다. 이어 “경찰채용 여남비율 9대 1로” “경찰대학 여남비율 9대 1로” “총장 청장 여성에게 내놓아라” “여성장관 100% 임명하라” 등 구호도 수차례 외쳤다.

지난 시위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도 나왔다. 시위대는 “남대통령 사죄하라, 첫눈 왔다 탁현민 좀 내보내라, 알탕 카르텔 문재인 때려치워라”라고 소리쳤다.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열려 참가자들이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번 시위는 지난 5월부터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가진다. 첫 집회는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 측의 주도로 지난 5월 1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렸다. 당시 주최 측 추산 1만5000여명의 여성이 모였다. ‘홍익대 크로키 모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경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며 불특정다수의 여성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불법촬영 문제와 사회 전반의 성차별에 분노하며 “수사 당국이 불법촬영 사건을 다루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성차별 수사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시위 규모는 갈수록 커졌다. 6월 9일 2차 집회에는 4만5000여명, 7월 7일 열린 3차 시위에는 6만여명이 모였다. 이에 8월 4일 열린 4차 시위는 광화문으로 자리를 옮겨 역대 최대 규모인 7만여명이 운집하기도 했다. 이어 10월 6일 열린 5차 시위에는 혜화에서 6만여명이 몰렸다. 이후 불편한 용기 측은 10월 17일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전달하고, 정부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올해 시위를 끝으로 시위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불편한 용기는 “6차 시위가 종료된 이후 스스로의 발자취를 돌이켜보겠다”며 “어떠한 백래시(반발)이 밀려오고 있는지 고찰하는 동시에 더욱 거세질 백래시에 한국사회가 잡아먹히지 않도록 다각도로 주시하겠다. 비록 22일을 기점으로 불편한 용기의 이름으로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