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갈민경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본부장

컴퓨터공학 전공한 ‘여성 공학도’
홍보·마케팅 분야서 적성 찾아
직원이 리더 코칭하기도

갈민경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본부장은 2017년 4월에 입사해 한국, 몽골, 대만을 총괄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 경험 분야의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갈민경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본부장. 그는 현재 한국, 몽골, 대만을 총괄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 경험 분야의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보통 뷰티, 패션 분야 등 B2C마케팅을 선호하는 여자 대학생들이 많아요. B2B마케팅에서도 틈새시장을 노려 전문성을 쌓는다면 더 많이, 더 오래 마케터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갈민경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본부장(45)은 20년 이상 B2B와 B2C 업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브랜드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PR, 디지털, CSR, 스포츠 마케팅 등 광범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췄다.

“게임, 반도체 회사에서 글로벌 기업에 들어오기까지 매 순간 운이 좋았다”는 그였지만 겸손한 그의 태도와 달리 인터뷰 내내 반짝거리는 눈빛에서 업무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갈 본부장은 자신이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와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7년 4월부터 합류한 그는 한국, 몽골, 대만을 총괄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 경험 분야의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팀에선 7명의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여성 공학도’였다. 공대를 입학하는 여성이 많지 않을 때였다. 같은 과 여성 비율도 20%에 불과했다. 웹 프로그래머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벤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업무를 시작하면서 마케팅, 홍보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업무를 맡으면서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 된 것이다.

“20대 땐 보통 자신이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저 또한 그랬죠. 관련 업계의 전망이 밝다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는데 막상 적성에 맞지는 않았어요. 그러던 중 마케팅, 홍보 업무를 맡게 됐는데 너무 재밌어서 ‘이 길이구나’ 싶었죠.”

이후 마케터로서 그의 커리어는 대부분 ‘스카우트’로 이뤄졌을 만큼 탄탄대로였다. 글로벌 게임 업계를 선도하는 EA 코리아의 마케팅 및 PR 팀장을 맡아, EA 스포츠 및 영화라이센스 브랜드 등의 마케팅‧광고‧PR 전략수립과 수행을 담당했다.

“자기 전 눈을 감으면 할 일들이 ‘테트리스’처럼 떨어지고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이전 회사에서 상상만 했던 프로젝트들이 현실로 이뤄지니 재밌을 수밖에요. 온라인 게임업계가 막 성장하던 때여서 재미있는 마케팅도 많이 했죠. 게임 속 경차 론칭 행사를 실제 자동차 전시장에서 했는데 매년 경쟁사들이 따라할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어요.”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워커홀릭’이었던 그에게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 찾아온 것이다. 재충전을 위해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냈지만 3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딱 맞는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지만 오히려 가장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기도 했다.

시야를 넓히니 다양한 업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게임 업계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B2B 시장으로 확장시켜 반도체 업계로 진출했다. Freescale 코리아에서 Corporate 마케팅 부장, NXP 코리아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장을 역임하며 통합마케팅관리 및 PR, CS까지 아울렀다.

갈민경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본부장은 2017년 4월에 입사해 한국, 몽골, 대만을 총괄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및 디지털 경험 분야의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갈민경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 본부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는 “국내 기업부터 외국계 회사까지 다양한 곳에 있었지만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라고 했다.

“조직원 한명 한명이 최대의 성과를 내는 ‘하이 퍼포먼스 컬처’, ‘매트릭스 조직’의 미국계 회사와 달리 유럽 회사들은 조직이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인재들이 함께 일함으로써 최대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슈나이더일레트릭이 조직원 한명 한명에 긴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는 이유죠. 저 또한 리더로서 팀원들의 개발, 코칭, 성장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야 해요.”

슈나이더일렉트릭 코리아에선 조직원들이 리더를 역으로 코칭하기도 한다. 갈 본부장 또한 최근 20~30대 직원들에게 코칭을 받는 ‘리버스 멘토링’에 참가했다. 그는 “‘디지털 네이티브’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조직원 간의 화합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2020년까지 직장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비율이 50%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

갈 본부장은 무엇보다 밀레니얼 세대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들과 기성세대와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화합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리버스 멘토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또 잘 이끌어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다양한 경험을 나눠주고, 부서원 개개인의 특성을 배려해 코칭해줄 필요가 있어요.”

팀원들과 후배들에게는 ‘Dare to Disrupt’(관습을 파괴하는 도전정신)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혁신이 기본이 되는 사회로 변하고 있어요.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혁신적 사고를 실현하고, 끊임없이 실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일이든지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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