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 전면에 부각된 한 해였습니다.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바꾸자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고 불법촬영 근절을 요구하는 ‘혜화역 집회’에는 7만명의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지난해 불붙기 시작한 낙태죄 폐지 요구는 더욱 거세졌으나 헌법재판소는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10년 만에 재개된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열망은 커졌으나, 이 과정에서 평화와 안보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여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여성신문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통해 올 한 해를 돌아봅니다.

 

8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안희정 무죄 선고한 사법부 유죄’ 집회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안희정 무죄 선고한 사법부 유죄’ 집회 모습.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3월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설파하던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8월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심 선고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 쟁점은 ‘위력’ 여부 였다. 재판부는 위력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에서 위력의 정의를 보면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제압하는 유형적·무형적인 힘'을 뜻한다. 물리적 폭력 뿐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 지위나 권세도 해당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내부에서도 위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피해자가 즉각 저항하지 않은 점을 재판부가 무죄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고, 위력을 입증할 수행비서 매뉴얼 같은 증거도 재판부는 무시했다. 재판 과정과 언론 보도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념이 드러나기도 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1심 판결에 대해 "성적 자기 결정권과 위력에 대한 몰이해로 점철된 결과"라며 "안희정에게 유죄가 선고되지 않는다면 수많은 여성은 반드시 사법부에 그 죄를 물을 것이다. 성폭력이 묵인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죄 선고는 보통의 김지은들이 겪었던, 앞으로 겪게될 수 많은 차별과 폭력을 국가가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김지은 씨를 비롯한 미투 운동에 나선 모든 이들을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9명의 여성 변호사가 김지은씨를 법률 대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