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버블 패밀리’ 마민지 감독
부동산과 흥망성쇠 함께한 한 가족의 자전적 이야기
부동산에 집착하는 부모 이해 위해 시작한 촬영
80년대 건설산업 호황사 접하면서 이해
“함께 이 상황 감당해보기로 했어요”

주거문제에 관한 영화 ‘버블패밀리’를 연출한 마민지 감독
주거문제에 관한 영화 ‘버블패밀리’를 연출한 마민지 감독.

“가족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가족사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이 맞춰졌어요. 부모님이 겪은 일이 한국의 도시개발과 연결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의 기억을 영화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무너진 집안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투자에 집착하는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20일 개봉)를 연출한 마민지 감독은 인터뷰 도중 시종일관 밝은 얼굴이었다. 작품에서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을 보이는 부모에게 ‘버럭’ 화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현실을 각색하다보니 (가족 이야기가) 너무 솔직하면 관객이 불편할 수 있어서 최대한 걷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솔직하게 느꼈다고 해서 좋았어요.”

‘버블 패밀리’는 마 감독의 첫 장편이다. 2013년 상반기부터 3년 간 찍은 영상을 편집해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내놨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부모의 과거 직업과 그 당시 역사적 배경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했다. “부모님이 건설사업을 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88서울올림픽 때 건설업계의 호황이 있었던 거죠. 당시 다세대·다가구 관련법이 개정되는 등 부모님이 시대 상황과 맞물려서 일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버블 패밀리'의 한 장면. ⓒ무브먼트 제공
'버블 패밀리'의 한 장면. ⓒ무브먼트 제공

마 감독은 처음에 부동산 투자에 집착하는 부모님의 행동을 이해 못했다고 한다. 마 감독의 부모는 스러져가는 집에서 투자할 곳을 찾는데 열을 올린다. 그러나 그는 건설산업 호황의 역사를 살펴보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심정적으로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이 상황을 함께 감당해보기로 했어요.” 마 감독이 다큐멘터리에서 어머니와 함께 투자할 땅을 살펴보러간 이유다.

마 감독의 부모님은 1980년대 개발 붐을 틈타 ‘집장사’로 돈을 벌어 중산층에 진입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쯤 한 부동산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집안 경제는 한 번에 주저 않는다. 다큐멘터리는 마 감독이 부모를 이해하는 과정이면서 ‘한 방’을 노리는 인간의 욕망을 건드린다. 마 감독이 보기에 부동산의 꿈을 좇는 부모의 행동은 재기일까, 욕망일까.

“복합적인 거라고 봐요. 제 생각에는 부모님이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건 국가 정책들의 시기가 좋았던 건데 부모님은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다만 중산층이나 중소기업 운영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부동산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면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 2013년 하반기부터 1년 동안 신문과 논문을 통해 주택 정책에 관련된 자료조사를 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대규모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면 결국 대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의 격차는 더 늘어났고 이젠 부자들이나 대기업만이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라는 걸 알게 됐다.

‘버블 패밀리’의 한 장면. ⓒ무브먼트 제공
‘버블 패밀리’의 한 장면. ⓒ무브먼트 제공

마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전문사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다. 졸업 작품인 단편 ‘성북동 일기’(2014)를 통해 결합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성북동의 모습을 담았다. “부모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건축에 관심이 많았어요. 공간에 대한 탐구성이 스스로 강한 거 같습니다.”

그는 내년에 영화 작업을 위해 몽골로 떠난다. 프랑스에서 기획한 다큐멘터리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촬영하러 간다. 한 소녀가 다른 문화권의 도시에서 겪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후에는 단편 촬영도 계획하고 있다.

마 감독은 다큐멘터리 개봉과 관련해 “보고 나면 가족과 부동산 이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한 가지 작은 소망을 밝혔다. “외환위기 속에서 겪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국가 부도의 날’과 비슷한 맥락도 있다. (김)혜수 언니가 작품을 보러와 주면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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