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운동, 2018년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미투(#MeToo)’ 운동, 2018년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 채윤정 기자
  • 승인 2018.12.20 06:00
  • 수정 2018-12-2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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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사회적 관심 폭발, 정부 정책 변화 견인 긍정적
미투 이후 국회 법안 140여 건 발의,
국회 문턱 넘은 ‘미투법’ 9개 그쳐
내년 미투 예산도 불투명,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줄어
연내 임시국회 등 통해 미투법 처리 시급
‘미투’ 운동에 대한 응답으로 나온 성폭력·성희롱 관련 법안 다수는 아직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여성신문
‘미투’ 운동에 대한 응답으로 나온 성폭력·성희롱 관련 법안 다수는 아직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여성신문

 

나도 말한다는 의미를 지닌 미투(#MeToo)’ 운동은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올해 우리나라에서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정치인, 해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원로 시인,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화감독 등 권력 중심에 있던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성폭력 가해자로 고발당했고, 수많은 미투고발이 일터와 학교에서 터져나왔다. 음습한 그늘에서 관행처럼 이뤄졌던 성폭력이 더 이상 온존할 수 없다는 각성이 운동으로 확산되었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함께 한다는 의미로 위드유’(#WithYou) 운동도 벌어졌다.

그러나 이 운동의 폭발적인 확산에 비해 증거 미흡과 관련법의 한계 등으로 실질적인 가해자 처벌로 이어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이러한 어려움은 첫째 기존 법률을 바탕으로 한 판단의 문제와 둘째 새로운 미투 법안의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서에 대한 성폭력으로 고발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사과와 지사직 사퇴가 있었지만 정작 재판에서는 “(지위에 따른위력은 있었지만 위력의 행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1심 무죄 판결이 나왔다.

새로운 미투 관련 법 제정과 관련한 문제도 크다. 미투 운동이 시작된 1월부터 법안이 속속 발의돼 국회는 관련 법안을 140여건 발의했지만 올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미투법은 9개에 그친다.

 

서지현 검사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간부로부터의 성추행 피해 사실과 그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및 사무 감사 지적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영상 캡처
서지현 검사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간부로부터의 성추행 피해 사실과 그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및 사무 감사 지적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영상 캡처

국내의 미투 고발은 올해 129일 현직검사인 서지현씨가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고은 시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한 폭로와 고발이 이어졌고 조재현, 오달수, 최일화, 최용민 등 중견배우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문화계를 강타했다.

이 가운데 이윤택 감독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받으면서 올해 미투 운동을 통해 재판으로 간 유명인 중 첫 실형을 받았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극단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6월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극단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윤택 감독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받으면서 미투 운동을 통해 재판으로 간 유명인 중 첫 실형을 받은 사례로 남았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미투 운동은 정치권에도 퍼져나가 대통령 후보로 여겨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서울시장 출마 예정인 정봉주 전 국회의원 등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35일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8개월 간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미투 운동은 의료계, 종교계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미투 운동의 파장이 특히 강하게 번진 곳은 정치권과 문화예술계, 학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사직 사퇴 후 재판을 받고 있으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정봉주 전 국회의원도 수년 전 성추행 사건을 부인하다 결국 사퇴했다. 대학 내 미투운동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에 대한 퇴진 운동도 이어졌고, 연구실 문에 퇴진 요구 포스트잇이 가득 붙기도 했다. 교육 현장에서 미투 운동은 고등학교, 중학교로도 퍼졌다. 용화여고 졸업생 7명이 SNS를 통해 교사들의 성폭력 사실을 알린 스쿨미투운동이 일어나 학교는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을 징계했다. 이후 전국 중학교, 고등학교 등으로 스쿨미투가 퍼져나갔으며, ‘학생의 날이었던 지난 113일에는 서울 등지에서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는 스쿨미투 집회가 열리면서 학생들이 직접 거리로 나왔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여성운동가들 뿐 아니라 시민여성들까지 한 마음이 돼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었다. 우리의 운동이 정부 정책 변화를 견인해냈고, 각 부처에서도 성희롱이나 성차별에 대응하는 위원회도 만들고 있다고 미투 운동의 성과를 분석했다.

이 같이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투가 한창 뜨거울 때 보여주기식으로 서둘러 법안을 발의하던 국회의원들이 정작 법안 통과에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11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투 법안을 발의만하고 논의조차 하지 않는 국회를 규탄하는 ‘임기내내 직무유기, 국회를 규탄한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미투 법안을 발의만하고 논의조차 하지 않는 국회를 규탄하는 ‘임기내내 직무유기, 국회를 규탄한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11월29일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를 규탄했다.

백미순 상임대표는 미투 법안이 국회에 많이 올라가 있는데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미투 예산도 내년 반영이 명확치 않고 각 부처에서 우리는 하려고 하는데 다른 부처에서 안 해준다는 식의 핑퐁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쿨미투가 나온 학교 중 80%가 사립학교라는 결과가 있었는데 사립학교에서 시·도교육청의 징계요구를 이행하지 않아도 별도로 제재 조치가 없어 사립학교법 개정안통과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올해 정기국회가 종료돼 사실상 연내 미투법 통과는 물건너 갔다.

이와 함께 미투 운동의 실질적인 처벌이 어렵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미투 운동에 대한 백래시(반발심리)로 가해자들이 자신들이 무고하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고소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투를 통해 피해를 고발한 사람 중 시일이 많이 흘렀거나 사건 당시에 조치를 못 해 증거가 거의 없는 경우도 많고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고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또 미투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려면 3~5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 중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하는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같은 공간에 두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팀장은 가해자들이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를 역고소하는 경우가 많다이에 피해자들이 도리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돼 왜 저항을 하지 않았느냐’,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느냐며 수사과정에서 위축되고 비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투 피해자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데 비해 미투 운동 초기에 비해 지금은 정부의 지원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남정숙 미투생존자연대 대표는 미투 운동 초기에는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을 통해 병원비나 기자회견에 대한 비용이 지원됐다미투 운동이 좀 잠잠해지면서 지원 자체가 줄고 내년에는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미투 운동은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점차 다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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