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범죄, ‘집안일’로 보는 경찰부터 변해야
가정폭력은 범죄, ‘집안일’로 보는 경찰부터 변해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12.12 16:02
  • 수정 2018-12-1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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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최근 9년 간 남편·연인에게
살해된 여성 최소 824명
죽을 뻔한 여성도 602명
가해자 99%는 풀려나

“피해자가 가장 처음
만나는 공권력, 경찰”
가정폭력 범죄를
‘사소한 집안일’로 여기는
경찰의 초동 대응
피해자 다시 폭력에 노출
11월 22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를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장 처음 만나는 공권력인 경찰의 인식과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824명. 지난 9년간 남편이나 연인에게 살해된 여성의 수다.
‘한국여성의전화’(이하 여전)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추린 최소 숫자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여성도 602명이나 됐다. 한 해 평균 92명의 살해될 동안, 국가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범죄통계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여전 활동가들이 일일히 숫자를 정리하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정폭력이라는 개념 조차 없던 1983년 6월 11일 서울 중구 저동 다방 건물 옥탑방에 전화기 두 대가 놓였다. ‘매 맞고 사는 아내들을 위해 상담하는 곳이 생겼다’고 알려지자, 폭력으로 멍든 여성들과 “내 마누라 내가 때리는데 네들이 무슨 상관이냐”는 가해 남성들이 걸어온 전화로 5평 남짓한 옥탑방이 조용할 새가 없었다. 한 달 동안 걸려온 전화는 541통에 달했다. 여성폭력 추방운동에 앞장서 온 한국여성의전화의 시작이다. 35년이 흐른 2018년, 여전은 전국 25개 지부를 갖춘 전국 단위의 여성인권운동단체로 성장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새 집에 모인 ‘내 집 마련’의 주역들.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dosage for cialis site cialis prescription dosage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신문
30년전 전화기 한대로 시작한 여성의전화는 집안일이었던 가정폭력을 사회문제로 끄집어냈다.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30년전 전화기 두 대로 시작한 한국여성의전화는 집안일로 여겨지던 가정폭력을 사회문제로 끄집어냈다. ©한국여성의전화

아직 공식 통계도 없어

고미경(51) 상임대표는 “그동안 여성 인권 관련 법·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낮았던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사소한 일이나 남의 집안일로 여기는 잘못된 사회 인식이 남아있다”며 “아내와 아이를 소유물로 보는 가부장적 사고, 여성과 여성폭력을 보는 관점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가정폭력은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성매매와 함께 대부분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별화된 범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정폭력은 곧 여성폭력이자 젠더폭력이라는 이야기다.

부산 출신인 고 대표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불평등한 여성의 현실에 눈을 떴다. 대학 졸업 뒤 선배들과 부산여성회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며 여성운동 활동가로 첫 발을 내딛었다. 2002년 한국여성의전화에 합류한 뒤에는 사무처장, 가정폭력상담소장, 성폭력상담소장을 거쳐 2015년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올해는 미투 운동의 해였다. 그동안 은폐돼온 여성폭력 문제가 여성들의 용기와 연대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직장 성폭력과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정부와 국회는 앞다퉈 법안을 쏟아냈다. 제대로 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과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도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선 다소 시큰둥했다. 가정폭력은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다는 ‘착각’이 그 이유였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지난 10월 22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다. 피해자는 25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했지만, 스토킹과 살해 위협을 받아야 했다.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그때마다 경찰은 이를 무시하거나 가해자를 하루도 안 돼 풀어줬다. 피해자는 결국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무참히 살해당했다. 고 대표는 유명무실한 법·제도의 한계와 함께 초기에 대응하는 경찰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월 22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피해자 안전장치 유명무실

“경찰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최초로 만나는 공권력이예요.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이 피해자를 외면하고 폭력을 방조하는 사이에 피해 여성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경찰을 신뢰할 수 있어야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요.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응급조치와 긴급 임시조치처럼 피해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는 작동하지 않고 있어요. 상담조건부기소유예나 긴급임시조치를 어겨도 과태료만 내면 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정폭력 신고율은 1.7%(여성가족부,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로 피해를 당해도 배우자를 대부분은 신고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검거율과 구속율에서 드러난다. 신고해도 경찰 검거율은 14% 수준이며, 검찰 기소율은 9.6%, 구속율은 0.8%(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이들 중 99%가 풀려났다는 이야기다.

‘가정유지’ 우선 명시한 법이 문제

최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경찰청은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경찰이 현장에서 즉시 체포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처벌법 상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과태료만 부과됐으나 앞으로는 징역형을 받게 하는 등 가해자 처벌이 강화됐다. 하지만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유지됐고, 가정폭력 가해자를 원칙적으로 체포하는 이른바 ‘체포 우선주의’도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다. 여전은 성명을 통해 “가정폭력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정부부처가 가정폭력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은 긍정적지만 여전히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유지, 임치조치로 가해자 상담 신설 등의 정책은 가정폭력을 상담을 통한 교정이 가능한 행위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 대표는 “가정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 유지’를 우선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 전만이 여성 인권보다 가정보호와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수사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면서 “특례법의 목적 조항을 바꿔 가정폭력을 ‘집안 일’로 보는 경찰과 우리사회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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