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주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 개최
노조 내 젠더 민주주의 결손 해소하고
여성 조직률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국노총 활동 방향 성평등이 기본돼야”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려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려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노동조합 내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화 수준을 점검하고 여성 비율을 끌어올리는데 산업별. 직종별. 기업별 성별 구성에 따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으로 드러난 남성 중심 조직문화와 관행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11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불안한 노동환경에 직면한 여성 노동자들을 잠재적인 여성 노동조합원으로 포용하고 노동운동 내 성평등 이슈의 제도화 방안과 조직적 실천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이 주최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첫 번째 주제발표를 통해 남성 중심의 노조 내 젠더 민주주의 결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 내 성평등 추진을 위해서는 배제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성 주류화와 여성할당제, 비례대표제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노조에 여성이 많이 들어오면 임금 인상, 갑질 지적, 성희롱, 성폭력, 돌봄, 위계에 대한 문제 등 여러 의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미투 운동으로 여성들이 더욱더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노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백 대표는 “남성 중심 조직문화가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여성들이 일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여성들이 노동현장에서 입는 피해를 누가 막아야하나. 노조가 해야 한다. 그런데 노조 내 여성 비율이 5~10%이면 이런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후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차별을 개선하고 여성 노동자들의 조직률과 대표성 제고,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한 성 차별적 행위에 대한 변화에 대해 다뤄졌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성노동자들이 불평등한 임금 상황과 채용성차별, 성희롱·성차별, 감정노동의 증가 등을 지적하면서 여성들의 노조 조직률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 안에서 여성의 대표성과 결정권을 높여야 여성들이 안고 있는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도 여성들의 노조 조직률 제고를 주장했다. 다만 여성들이 정규직이라도 낮은 직급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노동자 자체가 남성보다 적어 조직률 제고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여성들이 회사로부터 노조활동에 대한 보복이나 불이익에 대한 공포도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교수는 “미투운동으로 밝혀진 직장 등 조직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은 조직의 불평등한 위계질서 안에서 발생한다. 조직문화와 관행이 혁신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가해자 처벌 후에도 피해자가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안도하기보다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고 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징계와 처벌이 필요하고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효선 여성신문사 발행인은 한국노총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유연함과 다양함, 성평등 가치 확대 등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김 발행인은 “한국노총에 20~30대 여성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해야한다. 이들이 필요한 콘텐츠를 가지고 소통을 해야 한다”며 한국노총이 여성친화적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 본부장은 △성평등의 정책 주요 의제화 및 성평등 주류화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활동방안 수립 △노동환경 변화에 기반한 여성활동 방향 설정 및 이행과제 마련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한 여성할당제 제대개선 및 정책방안 모색 등을 한국노총의 성평등 실현 방향 및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노총의 활동방향이 성평등이 기본으로 깔려야 한다. 격변하는 시대변화에 따른 노동운동의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고 전환 시점인 만큼 성평등은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가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노동조합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불평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려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려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대독을 통해 “성평등 문제는 노동운동진영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한국노총 역시 노동운동 목표로 가져가야 할 당면과제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 조직화를 통한 노동자의 힘 구축과 조직구성원의 다양성 포용, 성평등이라는 어젠다를 조직의 주요 목표로 세우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신문사와 매일노동뉴스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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