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LGBT 문화 활동가 브라네 모제티치
동화책 『첫사랑』 동성애자 어린이를 위해 쓴 것
퀴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더 넓은 소통과 연결이 필요해

 

“나는 유치원 때부터 다른 남자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다른 남자 아이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 역시도 달랐다.”

5일, 브라네 모제티치(Brane Mozetic)는 슬로베니아의 글로벌 LGBT(성소수자) 문화 활동가이자 어린이책 작가다. 동화책 『첫사랑』이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됐다. 낯선 도시에서 친해진 동성 친구에게 첫사랑을 느끼는 아이의 이야기다.

그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은 물론 콜롬피아, 쿠바 등을 누비며 LGBT 문학 출판인 연대를 긴밀하게 도모해 왔다. 30여년을 인권 운동가로서, LGBT 문화 활동가로서 살아온 그는 LGBT 독립출판사 ‘람다(Lambda)’를 운영하며 LGBT 문학 선집을 펴내고 류블라냐 LGBT 필름 페스티벌을 이끄는 등 문화 활동을 한다.

 

5일 서울 연남동 책방 ‘서로’에서 슬로베니아의 퀴어 작가 브라네 모제티치가 국내에 출간된 자신의 저서 ‘첫사랑’ 한국어 번역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5일 서울 연남동 책방 ‘서로’에서 슬로베니아의 퀴어 작가 브라네 모제티치가 국내에 출간된 자신의 저서 ‘첫사랑’ 한국어 번역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동화책 『첫사랑』을 쓰게 된 계기는? 
『첫사랑』은 자전적인 회고록에 가깝다. 언제부터 동성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니 유치원 시절 내게 뽀뽀했던 남자아이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나처럼 혼란을 느끼거나 차별적인 시선으로 인해 상처 받은 아이와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다. 『첫사랑』의 소년은 자연스럽게 TV 속의 여자가수를 따라하는 등 다른 자신을 받아들이며 또래의 남자아이들과도 그만의 방식으로 섞여 자라지만, 나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동화책 『첫사랑』에는 여성 가수를 흉내 내는 주인공을 질책하고 애정표현을 하는 아이들을 떼놓는 유치원 선생님이 등장한다. 
먼저 이 이야기가 오래전에 쓰였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적어도 유치원에서는 더 이상 책에서 등장하는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이 없다. 그보다 최근 슬로베니아에서는 트랜스젠더와 젠더가 나뉘지 않은 논 바이너리가 이슈였다. 여자아이가 바지를 입고 유치원을 가는 것은 괜찮지만 남자아이가 치마를 입고 유치원을 가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다. 

 

-퀴어(성소수자)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보다 많은 소통과 연결이 필요하다. SNS의 발달로 지금은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빠르게 저마다의 관심에 적합한 연합체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전보다 더 밀접하게 소통 할 수 있고 연결될 수 있다. 당장 퀴어가 가진 공통 관심사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권력을 가진 다수가 동의하지 않을 때, 우리는 보다 국제적인 시야에서 연대할 폭넓은 대상과 그룹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한국의 퀴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세계적인 사고를 권한다. 우리는 도처에 있지만 소수다. 서로의 문화와 언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폭넓게 연결돼야 한다. 또 차별과 마주했을 때 오래 아파하지 말길 바란다. 아프다면 그 감정을 글로 써라. 기억과 기록은 우리를 차별하는 대상과 맞서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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