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일자리 만들어 ‘셀프고용’으로 새 판 짠다
저성장 시대, 일자리 만들어 ‘셀프고용’으로 새 판 짠다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8.12.13 14:47
  • 수정 2018-12-13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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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고용없는 성장시대, 여성일자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2018 서울 여성일자리 비전포럼’이 열렸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고용없는 성장시대, 여성일자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2018 서울 여성일자리 비전포럼’이 열렸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경력단절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여성들에게 ‘셀프고용’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고용을 당하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직접 신산업을 창출해나가는 새 판 짜기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고용없는 성장시대, 여성일자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2018 서울 여성일자리 비전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셀프고용을 시도한 여성, 맞춤 직업교육으로 취업에 성공한 여성, 협동조합 창업으로 고용을 창출한 여성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여성 주인공 3명의 사례 발표가 진행됐다.

신하영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오랜 기간 경력단절 여성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들에게 재취업 이후 고용 유지를 위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가장 많은 대답이 ‘자신이 원할 때 일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였다”면서 “마을공동체와 맞춤 직업교육, 평생교육 등이 여성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자리의 좋은 예”라고 전했다.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셀프고용’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대표는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했다.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3,4동 인구 5만6000여명으로 이뤄져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을 세우고 에너지 전환운동을 시작했다. 에너지자립마을 중 최초로 2012년엔 마을기업을, 2016년엔 비영리법인 사회적협동조합을, 올해엔 영리법인 협동조합 등 모두 3개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국사봉중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매년 순 수익만 1000만원이 넘는다”며 “수익금은 전교생이 다 같이 논의해 집행한다. 올해는 졸업한 선배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또 플리마켓을 통해 라오스 산골마을에 태양광 패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2012년 시작한 국사봉중학교 생태에너지 교육과정은 2014년 정규 수업과정에 포함되었다. 덕분에 이 사업에 참여한 10명 내외의 주부들이 에너지기후변화 강사로 활동 중이다. 매년 학교 30~100곳, 행사 지원 50회 등에 나선다.

신하영 연구위원은 “성대골 에너지마을은 지역화, 지속가능성을 모두 다 잡은 사례”라며 “마을공동체 안에서 경제적 요소와 지속가능한 환경 전환을 같이 가져왔다. 아이들을 키웠던 엄마이자 주부 입장에서 미래 세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원 경민대학 융합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박준원 경민대학 융합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시장흐름 읽고 새 직종 계발

박준원 경민대학 융합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는 결혼 후 오랜 시간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2015년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2019년부터 초등학교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이와 관련해 8만 여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박 교수는 “기사에 나온 소프트웨어 교육 중 ‘스크래치’라는 키워드를 찾아봤지만 당시 온라인에선 아무런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며 “유일하게 관악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스크래치’ ‘아두이노’ 등 160 시간의 취업교육 과정을 개설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보자마자 수강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스크래치는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이 개발한 컴퓨터 코딩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그래픽 환경에서 어린이들에게 코딩 프로그래밍 언어 및 환경을 제공한다. 그는 기관의 맞춤 직업교육을 수강하는 등 3년 간의 치열한 공부 끝에 경민대학 융합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로 채용됐다.

그는 “재취업을 하기 어려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산업에 일찍 뛰어든 덕분에 ‘교수’가 되고 ‘강사’ ‘팀장’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며 “매일 소파에서 잠이 들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다두블럭’ 교육팀장으로 있으며 관련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서적을 집필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코딩강사라는 직업군이 없었을 때 처음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코딩 취업시장이 무궁무진하게 성장했다”며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전략적인 맞춤교육에 참여하게 된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 새로운 산업에 종사할 여성을 육성하는 것 또한 여성인력개발기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권려원 한국미술심리상담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권려원 한국미술심리상담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협동조합 창업으로 미술심리상담 고용창출

한국미술심리상담사 사회적협동조합은 전국의 미술심리상담사 250여명이 모인 단체다.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미술심리상담, 상담사들을 위한 역량 강화 교육, 세미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학교와 복지관을 돌아다니며 20~30명이 진행하는 집단 상담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권려원 이사장은 한국미술심리상담사 협동조합을 만든 창립멤버다. 디자이너로 일하던 권 이사장은 아이를 낳고 회사에서 해고당하면서 우울증을 겪던 중 미술심리상담을 접하게 됐다. 2012년 미술심리상담사 전문가 과정을 위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그는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를 통해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다. 서울시에서 협동조합에 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스터디 모임 멤버 30명과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활동 공간은 센터에서 제공받았다.

권 이사장은 “전문 상담사들이 자격증을 바탕으로 흔히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영역에서는 상담 바우처를 지급하거나 상담 제공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법인격을 가진 기관·단체를 계약 대상으로 두고 싶어 한다”며 그같은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협동조합을 만든 뒤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어떤 시사점을 던질까. 나현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세 사례 모두 특정 직무를 ‘전문성’있게 펼쳐내는 ‘일거리’ 개념”이라며 “사회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점점 늘어난다. 이제는 여성들이 고용되기 보다 스스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신하영 연구위원은 이러한 일자리 만들기에 공공역역의 자원을 어떻게 동원할지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와 서울시 지원사업 등을 적극 활용하고, 이후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자치구 사회적 경제지원센터에 입주하는 등 공공영역의 자원을 적절히 활용한 점이 성공 전략이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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