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연세·성균관대 총여 백래시 의미는?
8일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포럼 개최
성차별 인식 낮은 남성, 강남역 여성들 대학서 충돌
그 민주주의에 여성도 소수자도 없었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백래시 현상의 의미를 분석하는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포럼이 개최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백래시 현상의 의미를 분석하는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포럼이 개최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1980~1990년대 학내 소수자인 여학생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만들어진 의결권을 가진 기구인 총여학생회가 올해 몇몇 대학에서 폐지되거나 재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연세대학교에서 은하선 작가의 강연에 반발해 행사를 주최한 총여학생회의 퇴진이 추진됐다.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올해 초 남정숙 교수의 미투 폭로 이후 총여학생회 재건 움직임이 일었으나, 이에 대한 반발이 일면서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채 지난 10월 폐지됐다.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인 11월 27일 동국대학교에서는 총투표를 통해 폐지가 결정됐다. 페미니즘이 사회 주요 의제로 부상한 지금 대학 사회에서는 오히려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총여학생회에 대한 이같은 백래시 사례들은 여성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소수자를 억압하는 과정과 절차가 학내 핵심 의결기구인 학생회 등에서 민주주의라는 미명 하에 정당화됐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 그 과정 상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투표라는 이름으로 희석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요건조차 결여되기도 했다. 나아가 다수결에 의한 결정에 의해 소수자의 의견이 묵살되면서 실질적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심지어 자유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혐오 발언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기도 했다. 가장 지성적이어야 할 대학 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이같은 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짚어보는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포럼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됐다. 

각 대학의 총여학생회 또는 여성주의 활동을 하는 원정(동국대 제31대 총여학생회 회장), 문수영(동국대 여학생총회가쏘아올릴작은공 소속), 노서영·최새얀(성균관대 성평등어디로가나 소속), 수빈(연세대 제29대 총여학생회장), 진영(연세대 우리에게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 소속) 씨 등이 참여해 총여 백래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대학 사회에서 절차에 따라 백래시가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민주주의가 다수주의로 해석되고 포퓰리즘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결국 총여가 잇따라 폐지됐지만 이들의 전망은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변을 간추려 소개한다. (답변은 무순)

<질문1> 왜 총학생회(이하 총여)가 필요한가, 왜 여학생만 대상으로 하느냐, 여학생으로만 구성하는데 회비를 받고 왜 학생회 형태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 등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사회에는 성별이분법이 현존하고 그에 따라 여성과 남성 젠더로 나뉘어 살고 있고 이에 따라 폭력과 차별 받아내고 있을 때 여성 젠더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것이 총여의 출발점이라 생각했다. 아직 성별이분법이 이 사회에 현존하고 있기에, 여성 문제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문제가 있기에 총여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총여를 올해 재건하려고 했다. 이미 온존하고 있는 성별 권력 관계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총여의 필요성은 이미 담보돼있다고 생각했다. 성균관대에는 문과대 여학생위원회만 남아있는데 의결권 없어 자치권을 행사해야 할 때, 기구를 보호해야할 때는 의견을 내도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그래서 총여를 의결권을 가진 힘있는 정치기구로 만들어보자는 결심하게 됐다. 총여의 한계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우리는 학적부에 존재하는 회원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할 때 총여를 세우되 다른 소수자를 대표할 수 있는 의결권을 세우는 것도 같이 만들자는 얘기도 했었다. 총여 비판하기 위한 논거로 아싸(이웃사이더)학생회, 소수자학생회 등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많았다. 우리는 다 필요하다는 생각 속에서 우리는 총여를 해보자고 얘기했다.”

“다른 기구가 아닌 학생회는 권력과 경제적인 것이 담보되기에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어서 여성주의 동아리 연대 등 다른 형태보다 하나의 권력기구로서의 총여가 필요하다.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학내 상황에서 여학생을 드러내고 여성의 차별을 드러내고 총여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질문2> 백래시에 대해 분석을 해보자. 총여에 대한 백래시가 왜 올해 갑자기 들이닥치고 힘을 얻었을까. 특히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공격받게 된 이유는?

“저희가 잘 설쳤고, 발단이라고 생각하는 사건을 돌이켜 보면 학교의 공고한 기독교 이념, 남성중심적 구성원에 대한 직격타를 날린 게 아닌가. 이에 대해 반발이 일어나가기 시작했다. 총여는 공격대상이 되기 굉장히 좋았다. 총여가 구조의 균열을 내는 일을 피하지 않고 더 일부러 해보려했던 시도들이 그런 움직임을 좀 더 이끌어내기에 좋았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총여를 다시 만들겠다고 설치지 않앗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 같아서 잘 설쳤다는 생각이 든다. 미투가 온라인이나 광장에서 많이 타오른 해인데, 동시에 대학에선 여성주의가 패배한 듯 한 결론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특히 많이 들었다. 일단은 대학이 더 이상 옛날처럼 진리를 추구하고 책임감을 가진 주체들이 지켜나가는 공간이라는 성격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대는 성별로 가장 부각되는 연령대인데, 최근 발표했던 인식조사에서 20대 남성이 성차별이 있다고 동의하는 비율이 가장 낮다. 그런 상황에서 강남역 세대인 20대 여성과 부딪히게 된 공간이 대학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여성이 같이 살자, 차별받고 있다고 얘기할 때 대학이 공동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같이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위험 신호다.”

“잘 설쳤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기회를 내줬다고 생각한다. 세 학교 중 연세대가 가장 먼저 총여를 논란거리로 삼기 시작했다. 은하선 강연은 서강대에서 가장 먼저 취소했다. 탄핵시킨다는 움직임으로 시작됐고 다른 학교들이 이를 답습하기 시작했다. 연대, 동국대 등 한번 후퇴하면 걷잡을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기에 앞으로 설치면서 작은 성공도 그들에게 내줘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백래시에는 복잡다단한 배경이 있다. 학내 자치가 와해되면서 학내 사회의 합의가 부재한다는 것, 남성이 역차별 당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합리적 약자로 정체화하는 점, 과거 성행했던 성별 낙태로 아직 남성과잉인구라는 점, 윤리적인 기준이 없는 에브리타임(대학 커뮤니티)이 공론장을 대체하는 기능을 하면서 왜곡된 자아표출을 계속 행한다는 점 등이다.”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합리적인 의견도 있겠지만 정말 성차별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 여성혐오가 뭔지 몰라서, 여성주의자들이 다 메갈이라고 하는 세력이 지금 띠고 있는 수법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그 수법에 어떤 언어를 끼워 맞추고 어떤 구실을 찾을지 고민한 시간들이 2015년~2017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백래시 현상의 의미를 분석하는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포럼이 개최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백래시 현상의 의미를 분석하는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포럼이 개최됐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질문3> 총학생회는 왜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백래시에서 지켜주지 않으려고 했을까. 나아가 왜 백래시에 가담하게 됐을까.

“학생대표자들 중에서 총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인권감수성, 젠더감수성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 사회 전체가 학생 자치나 정치적 목소리에 무관심뿐 아니라 많은 반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총여가 현존하는 성차별 문제에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기구이기에 자신들의 위협을 느끼거나 반감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백래시가 왜 민주주의 형태를 띠는가. 민주주의라는 언어를 학생대표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고, 이를 통해 총여 폐지에 더 많은 합리성을 부여한다. 민주적인 절차와 결과, 의견 반영을 통해서 하겠다고 할 때 학생들에게 잘 받아들여지고, 학생회라는 민주적 절차를 가진 기구이기에 보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듯하다.”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인권감수성이라는 것을 받아들인지 얼마 안 됐고, ‘페미니즘 뜻’이라는 키워드를 실시간 검색어에 올린 대중이 대학교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대표가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크다. 대표에 출마한 본인도 그런 사람일 확률이 높고, 유권자들도 대표자를 뽑을 때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대표자의 자질로 고려하지 않고 뽑을 것이다. 대표 중에도 페미니즘을 기조로 삼고 있는 분이 있지만 자신이 대표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하지 말라고 하면 고민하고 가담할 수밖에 없다.”

“학생회라는 기구는 다수의 동의를 통해 설립될 수 있다. 학교를 구성하는 단위를 구성하는 다수는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총여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다수는 아닐 수 있다. 총여 활동이 사실 다수의 필요를 대변하는 활동이 아니었고, 오히려 다수의 필요에 역행하기도 하니까 다수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여가 좀 더 대중적인 언어를 통해 얘기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하기는 했다.”

“학교 중앙운영위원회는 총여 폐지에 관한 총투표 시행 여부를 놓고 46시간 동안 논의했다. 졸속이 아니다. 반대표를 던지고 싶은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표 과정에 절차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포퓰리즘의 한 형태가 아니었다 싶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에브리타임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성균관대의 경우 세 학교 중 학생대표가 가장 적극적으로 총대를 매고 총투표를 밀어부친 곳이다. 학생 대표 개개인의 인권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대표가 되기까지 그들을 선택한 일반 학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권감수성이 더 이상 학생회장의 요건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회가 정말 유효한가 생각을 많이 했다. 다수를 위한 학생회가 아닌 모두를 위한 학생회를 얘기해도 그들은 다수를 대표하고 있다고 할 때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회가 포퓰리즘 형태로 밖에 발현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학내서 계속 투쟁하기 위해서는 좀 더 새로운 방식, 제도권 밖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

“신자유시대 자본주의가 점점 첨예하게 본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상황에서 학생회가 간식사업을 학생회 주요 사업으로 인식하는 상황이다. 총투표라는건 절차만 지키면 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학생회 대표자들이 가담하는 것보다, 그 시류에 흘러가는 것의 꼭대기, 대표를 하고 있다. 다 똑같은 분위기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 했다.”

“총여는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 즉 그들의 말처럼 비민주적이라고 하는 총여가 어떻게 학생회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의 총여는 198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싶었던 때다. 수호하고 싶었던 민주주의가 다수를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다. 지금 총여가 실패하고 다수에 의해 소수자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이 상황은 지금 학생회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있는 게 아니라 포퓰리즘을 수호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질문4> 민주주의는 왜 백래시의 언어가 됐나. 그 민주주의는 왜 틀렸을까. 총여가 그릴 수 있는 민주주의는? 대학 내 성정치는 가능할 수 있을까.

“이한열 열사 얘기 화나는 지점이다. 총여 폐지를 독려하는 글에 이한열 열사, 안창호 선생님이 호명됐다. 제가 6월 이한열 추모제에 참가했는데 실제로는 아무도 안 오더라. 민주주의가 왜 백래시 언어가 됐나. 논리가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라는게 어떻게 오독되느냐 하면 모든 것이 민주주의 이름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왜곡됐을지라도 내 자아를 표출하는 게 곧 민주주의라고 얘기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가치는 자유와 평등인데 숙의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다수주의다. 내가 말하면 다 민주주의야,라고 등치시키는 게 가장 큰 문제 같다. 다수가 원한다는 논리는 모든 학교에서 총여 폐지의 동력이었다. 총투표가 가결됐으니 민주주의가 됐다는 식이다. 연대에서는 졸업생 총투표 보이콧 현수막을 달았고 누군가 찢었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지 않는 것, 혐오발언을 재생산하는 게 민주주의인가.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대상, 상식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안티페미, 연세 청년회 같은 이들이 아니라 학내 여성들, 페미니스트들이고 이들을 모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민주주의를 오독하고 있다. 범국민적으로 성찰한 적이 있는가. 민주주의를 오독할 수 밖에 없는 사회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는 처음 백인 남성으로 시작했고 외연이 넓혀지면서 발전해왔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달성됐다는 게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민주주의 외연에 여성이 포함돼야 하고, 포함되는 것을 넘어 어떤 경계가 사라진 채로 모든 사람들이 주체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런 사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게 평등과 자유인데, 자유의 개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데 말에서 그 대상이 피해를 받는다면 자유라는 개념으로 포장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총투표 소집이 발의됐을 때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언어를 선점하려는 노력했다. 투표 소집이 가결되고 나서 민주주의 승리라는 댓글에 충격받았다. 또 총투표에서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 내용 있었기에 비민주적 투표에 반대한다, 거부한다는 슬로건으로 싸웠고 처음엔 유효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총투표가 시행되자마자 분위기가 바뀌더라. 공식적인 언어를 가진 총학이 소중한 아름다운 한표를 행사하라고 하니 저희가 지적했던 비민주적인 문제가 다 지워졌다. 과정과 투표 취지의 비민주성이 지워지고 투표 참여가 민주주의 행위로 금세 바뀌더라. 가결까지 되고는 결과가 너무 민주적이다. 민주주의 승리라는 말이 또 나오더라. 그 민주주의에 여성은 없었고 소수자는 없었다. 대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2016년도에 박근혜 퇴진이라는 나의 슬로건으로 큰 민주주의를 외쳤었다면 앞으론 우리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를 규탄하는 시위가 9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다. ⓒ총여학생회 ⓒ뉴시스·여성신문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를 규탄하는 시위가 9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다. ⓒ총여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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